“씨티銀 국유화, 부작용보다 시장안정 효과”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9분


미국 월가 안팎에서 은행 국유화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결국 씨티그룹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민간 금융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반대에도 미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은행 국유화의 부작용보다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은행 국유화에 대한 공포는 뉴욕 증시 등 미국 금융시장의 가장 큰 악재였다.

정부가 은행을 줄줄이 국유화하면 민간 금융시스템이 위축되고 기존 주주들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증폭됐다. 이 때문에 씨티 등 은행주들의 급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목소리로 은행을 국유화시킬 의향이 없다고 강조해 왔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국유화는 국가를 위해서도 잘못된 전략이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4일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불필요한 때에 은행을 국유화하려고 함으로써 영업 가치를 훼손하거나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급락하던 뉴욕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 마감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 정부의 부인에도 시장은 씨티그룹의 국유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보유 유가증권 손실과 부실대출 급증으로 손실이 쌓인 씨티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유화가 불가피하기 때문.

미국 정부는 씨티를 국유화하면서도 비크람 판디트 최고경영자(CEO) 등 현 경영진을 유지하기로 함으로써 씨티의 독립 경영을 보장할 뜻을 내비쳤다.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다수를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요구하기로 했지만 씨티는 이미 사외이사가 다수여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이번 결정으로 추가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씨티도 현재 진행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야 하므로 결과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다른 은행이나 금융회사들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자금력이 취약하다고 판정되면 씨티그룹과 유사한 국유화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현재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의 국유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AIG와 미 정부 사이에는 AIG가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우선주 일부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배당금과 이자율을 깎는 방안 등 다양한 구제책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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