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득권세력 낡은 생각”
“우리는 세계 최고 사회주의 세일즈맨이 연설하는 것을 들었다.”(공화당 짐 드민트 상원의원, 지난달 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상하양원 합동연설에 대해)
“현재의 사회구조는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의 이해타산에 잘 맞는 것이고 이 같은 기득권이 워싱턴을 너무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오바마 대통령, 지난달 28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3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오바마 행정부의 2010 회계연도 예산안을 놓고 미국 보수와 진보가 대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색깔 논쟁’으로까지 비화될 태세다.
‘미국을 확 바꾸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은 연간 20만 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에 대한 부유세 부과계획을 밝히는 한편 씨티그룹 등에 대해 사실상 국유화 방침을 내놓았다. 과거 8년간 공화당이 만든 질서를 뒤흔들 기세다.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진영은 ‘전가의 보도’인 ‘사회주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1950년대 매카시즘에 기원을 둔 사회주의 공세는 지난해 대선에서도 패색이 짙어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만지작거렸던 카드이기도 하다.
‘보수의 입’을 자처하는 방송인 러시 림보 씨는 지난달 28일 한 보수단체 모임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임무가 자본주의와 개인적 자유라는 (미국 사회) 기초를 부정하는 국가 재개조라면, 실패하기를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보면 레닌과 스탈린이 좋아할 것이다. 미국이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의료보험 개혁에서 실패를 맛봤던 진보진영도 이번만큼은 질 수 없다는 태세다.
‘리버럴의 아성’인 지상파, 케이블TV, 주요 일간지를 통한 여론전을 전개하는 한편 미국진보센터(CAP), 브루킹스연구소 등 싱크탱크를 통해 개혁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중 동원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일전불사 의지도 단단하다.
그는 지난달 28일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이 낡은 사업관행에 몰두해 온 로비스트와 특정 이해집단의 마음에는 들지 않을 것이며 그들은 (우리와)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나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난 일반 대중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해 부유층 증세가 사회주의적 분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고, ‘평범한 미국인’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