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톤급 시장혼란 우려에 美정부 ‘항복’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8분


미국 정부가 1일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에 300억 달러의 추가 금융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한 남자가 뉴욕의 AIG 건물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모습.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일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에 300억 달러의 추가 금융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한 남자가 뉴욕의 AIG 건물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모습.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제2 글로벌 금융위기 도화선될라”

美, AIG에 300억 달러 추가지원

▽미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AIG는 2일 지난해 4분기(10∼12월)에 617억 달러(약 97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최악의 분기 손실→신용등급 하락→채무상환 압박 증가→미국 최대 보험사의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증폭됐다.

AIG는 단순 보험사가 아니다. 투자 관계와 지급보증 등으로 다른 글로벌 금융기관과 얽혀있어 AIG의 파산은 전체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정부와 AIG는 주말 협상 끝에 증시 개장 직전에 타협안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AIG는 정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서 300억 달러의 현금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AIG가 지금까지 TARP에서 받은 자금은 700억 달러로 씨티그룹(500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450억 달러)보다도 많다.

또 AIG의 회생을 돕기 위해 정부 지분 우선주의 배당금(연 10%)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AIG는 이를 통해 연간 40억 달러를 아낄 수 있다. 그 대신 AIG는 애지중지하던 자회사인 아메리칸생명보험사와 AIA를 매각해야 한다. ▽돈 먹는 하마?=미 정부가 AIG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미 정부는 지난해 9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통해 AIG에 850억 달러를 지원하며 이 회사의 지분 79.9%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한 달 뒤 지원 규모는 1230억 달러, 다시 한 달 뒤인 11월에는 15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번에 300억 달러 지원으로 그 규모가 1800억 달러로 늘었다.

미 정부가 이처럼 ‘AIG살리기’에 다걸기(올인) 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그 비용을 납세자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상 관계자는 “AIG가 일단 시간을 번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에만 해도 주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AIG 주가는 지난달 말 0.42달러까지 추락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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