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4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에 정면으로 맞섰지만 검찰은 오자와 대표의 지역구 사무소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였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차기 총리 가능성이 높았던 오자와 대표의 정치생명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국회해산과 총선거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어 이번 사건이 정권교체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의원 선거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수사"라며 "정치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불공정한 검찰권력 행사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을 위반한 일이 없다. 비서도 (정치자금을 제공한) 니시마쓰(西松)건설에 편의 제공이나 이익을 제공한 적이 없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제1야당에 대한 '권력의 기획수사'로 몰고 가면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하지만 모리 에이스케(森英介) 법무상과 검찰은 "정치적 압력이나 고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전날 오자와 대표의 비서를 체포한 데 이어 이날 오자와 대표의 지역구인 이와테(岩手)현 오슈(奧州)시 미즈사와(水澤)구의 선거사무소와 모리오카(盛岡)시의 민주당 이와테현 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미즈사와구 사무소는 오자와 대표가 대표로 있는 정당 지부인 '민주당 이와테현 제4구 총지부'를 겸하고 있다.
상황은 오자와 대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실정법 위반 혐의가 짙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
검찰은 4일 니시마쓰 건설 퇴직간부에 대한 조사에서 "오자와 대표 측이 먼저 헌금을 요구했고, 댐을 수주하기 위해 헌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니시마쓰 건설은 헌금 직후인 2006년 이와테현에서 댐 공사 일부를 100억 엔에 수주했다.
민주당에서는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오자와 대표의 퇴진론이 나오고 있다. 어차피 '오자와 체제'로는 총선을 치르기 힘들게 됐으니 빨리 사퇴해 총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국의 초점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거취 문제에서 오자와 대표 진퇴 여부로 급변했다.
차기 총선에서 정권을 내놓을 게 확실해 보였던 자민당과 아소 총리는 호재를 만난 분위기지만 수사의 불똥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국회해산과 총선 시기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회해산권을 가진 아소 총리로서는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는 틈을 타 총선을 실시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편 오자와 대표는 과거 자민당 간사장 시절부터 건설업계에 영향력이 셌고 자민당을 탈당한 1993년 이후에도 발군의 정치자금 동원력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