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에티오피아 아르시 지역 아셀라 마을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에티오피아 희망 마라톤 육상대회.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70여 명의 아이들이 줄을 맞춰 입장하자 관중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관중들은 심장 박동과 같은 리듬의 박수를 보내며 그들을 반겼다.
동아일보와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에티오피아 육상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 ‘에티오피아 희망 프로젝트’가 후원하는 아이들은 지역 주민들의 희망이었다.
에티오피아 희망 마라톤 육상대회는 동아마라톤 80주년을 기리고 희망 프로젝트 1주년을 기념하는 대회로 동아일보와 월드비전이 에티오피아 아르시 지역 정부와 공동 개최했다. 희망 프로젝트가 후원하는 아이들 70여 명과 지역 정부가 추천한 아이들 80여 명, 달리기를 좋아하는 청소년 150여 명이 참가한 마을 축제였다.
개막 선언에 이어 시작된 5000m 미니마라톤.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잘 닦인 길도, 국제 규격에 맞는 트랙도 아니지만 아이들은 이 순간만큼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5000m 금메달리스트 케네니사 베켈레였다. 이 지역 출신으로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베켈레도 한때는 이곳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렸을 것이다.
잔디 언덕을 깎아 만든 관중석과 꾸불꾸불한 트랙 그리고 취재진이라곤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동아일보 기자가 전부인 대회였지만 분위기는 세계육상선수권 못지않았다.
출발 깃발이 내려가고 레이스가 시작되자 경기장은 달아올랐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육상 꿈나무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운동장을 뛰고 있는 아이들이 언젠가 에티오피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할 순간을 상상하는 듯했다.
대회 내내 선 채로 아이들을 응원하던 마을 주민 마티우스 아드마주 씨(35)는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열정적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니폼을 맞춰 입은 희망 프로젝트 아이들은 특히 돋보였다. 아이들은 100m, 200m, 400m, 800m, 1500m, 5000m 각 종목 중 자신 있는 경기에 나서 1년간의 훈련 성과를 뽐냈다.
1년 전 지역 정부가 주최한 육상 대회 200m에 맨발로 출전했던 신타예후 톨로사(15)는 이날은 러닝화를 신고 200m 경기에 나서 2위로 골인했다.
▶본보 3월 6일자 A2면 참조
▶ “뛸 때마다 희망도 한걸음씩 커져요… 아메세키날로”
그는 예전보다 날렵하고 빠르게 트랙을 질주했다. 이날 우승자에게는 운동복과 신발 등이 주어졌다. 순위는 갈렸지만 희망을 안고 달린 소년, 소녀 모두가 승자였다.
아르시=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