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규모 반정부시위 예정
파키스탄 정부가 16일 이슬라마바드 의회 앞에서 열릴 예정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앞두고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사진) 등 야당 지도자들을 가택연금해 파키스탄 정국이 또다시 혼미해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15일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제1야당 파키스탄 무슬림리그(PML-N)의 고위 당직자를 비롯해 야당 ‘테리크에인사프’의 임란 칸 총재, ‘자마트에이슬라미’의 카지 후세인 아메드 총재에 대해 가택연금 명령을 내렸다.
이번 시위는 9년간 철권통치를 펼쳤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2007년 11월 축출한 이프티카르 초드리 대법원장을 비롯한 60명의 판사 복직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고(故) 베나지르 부토 여사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현 대통령)는 샤리프와 거국연정을 출범시키면서 법관들을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집권 후 그는 말을 뒤집었다. 법관들을 복직시킬 경우 자르다리 대통령이 부토 집권 시절에 각종 이권에 개입했던 부패 혐의가 들춰져 재기소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샤리프 전 총리는 최근 공직선거 출마금지 판결까지 받게 되자 변호사들과 연대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12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수도 이슬라마바드까지 버스와 트럭 등을 동원한 ‘대장정’ 시위행진을 벌여왔다.
파키스탄 정부는 야당인사 400여 명을 검거하고 정부 조치를 비판한 민영방송 지오(Geo)TV의 송출을 중단시키는 등 초강경으로 대응했다. 16일 이슬라마바드 의회 앞에서 열릴 예정인 반정부 연좌시위도 군경을 동원해 원천봉쇄할 예정이다.
그러나 샤리프 전 총리는 15일 “가택연금은 불법적인 조치”라고 비난하며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경찰의 경계를 뚫고 라호르에 있는 집에서 나와 집회에 참가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테러전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은 파키스탄의 새 정부가 1년도 안 돼 혼란에 빠진 데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4일 자르다리 대통령과 샤리프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