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의 재구성
예멘 남부 시밤 시에서 15일 발생한 폭발 사고는 알카에다의 자살폭탄 테러일 가능성이 커졌다. 주예멘 대사관 관계자와 관광객들은 “일행들이 시밤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일몰을 감상하던 중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접근해 오래 이야기를 나눈 뒤 자리를 뜬 직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현지인 접근 직후 폭발=사고는 15일 오후 5시 50분(한국 시간 오후 11시 50분) 예멘의 고대 도시 시밤에서 발생했다.
9박 10일 일정으로 예멘과 두바이를 둘러보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참가한 관광객 16명은 인솔자 1명과 함께 9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요르단에 거주하는 한국인 가이드 1명이 합류해 일행이 18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10일 예멘의 수도인 사나의 상징 ‘예멘의 문’을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여행을 시작했고 세이윤을 거쳐 14일 시밤 지역을 관광했다. 15일 다른 지역을 관광하다 시밤을 한 번 더 보자는 관광객들의 의견에 따라 다시 돌아왔다. 여행 7일째였다.
지프 6대에 나눠 타고 관광지를 둘러본 이들은 ‘카잔’ 언덕에 올라 일몰을 감상했다. 2세기경 들어선 고대 유적도시인 시밤은 16세기에 진흙벽돌로 지어진 500여 채의 고층건물(최고 16층)이 몰려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마천루 도시’ ‘사막의 맨해튼’ 등으로 불린다.
이때 10대 후반과 40대 후반쯤의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인사를 하며 일행에게 다가왔다. 시밤에 대한 소감과 함께 “한국을 좋아한다. 언젠가 한국에 가고 싶다” 등의 얘기를 30분가량 나눈 뒤 “여행 잘하라”고 인사한 뒤 사라졌다. 이후 5분 정도 지나 사고가 발생했다.
여행을 기획한 T여행사의 마경찬 사장(46)은 “관광객들이 전망대에 오른 뒤 여행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틀어놨는데 음악이 갑자기 멈춰 살펴보러 잠시 내려왔을 때 뒤에서 ‘쾅’ 하고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뒤 사망자와 부상자는 세이윤 병원으로 긴급히 옮겨졌다. 부상자 3명을 포함한 생존자는 응급치료 후 16일 오전 수도 사나로 이동한 뒤 휴식 후 귀국길에 올랐다.
주예멘 대사관 측은 “부상자들은 머리와 등에 붕대를 감고 있지만 거동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예멘 한인회장 김경국 씨도 “부상자들은 대부분 가벼운 화상을 입었고 폭발음에 놀라 이명 현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자살폭탄 테러”=현지 사나 통신은 주 경찰 당국을 인용해 “알카에다에 고용된 18세 소년이 폭탄 조끼를 입고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렀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무장 거점이고 테러공격이 잦았다는 점을 볼 때 외국인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