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엔 佛-伊 관광객들도… 한국인 겨냥해 터뜨렸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 알카에다 테러로 한국민간인 첫 희생

알카에다 2004년 한국 주요 공격대상 지목

외국인 겨냥 ‘묻지마 테러’ 희생 가능성도


예멘 참사는 알카에다의 자살폭탄 테러에 의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은 알카에다의 자폭테러에 의한 한국 민간인 첫 희생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는 의도적으로 한국인을 겨냥해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른 것일까. 그동안 알카에다가 한국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온 만큼 한국인을 노린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계획적인 테러=정황으로 보면 알카에다는 계획적으로 테러를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관광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15일 시밤 관광지에 도착한 관광객이 ‘사막 위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진흙 빌딩 마천루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카잔 언덕에 오르자 10대 후반과 40대 후반의 현지인으로 보이는 두 남성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다가왔다.

이들은 “어디서 왔느냐” “한국을 좋아한다” 등의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30분가량 시간을 보냈다. 피해자들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파악했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국가 관광객도 있었지만 한국인들만 피해를 보았다는 것도 알카에다가 고의적으로 한국인을 노렸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주적인 미국의 우방인 한국에 적개심을 드러내 왔다.

한국은 9·11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자 2002년 9월 국군의료지원단(동의부대), 2003년 2월 국군건설공병지원단(다산부대)을 각각 파병했다. 이어 2004년 8월에는 이라크에 자이툰부대를 파병했다.

알카에다는 2004년 10월 이라크전 참전국들에 대한 공격을 천명하면서 한국을 주요 테러 공격목표로 명시하기도 했다. 당시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TV를 통한 녹음테이프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테러와의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며 “미국 영국과 함께 한국을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모든 재외공관에 교민 신변안전 조치를 취하도록 긴급 지시하고 전국의 공항 항만 등 주요 시설에 대한 비상경계에 돌입하기도 했다.

2007년 2월에는 알카에다가 저지른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 폭탄테러로 다산부대에 근무하던 윤장호 하사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당시 바그람 공군기지를 방문 중이던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노린 것으로 알카에다 3인자 아부 라이스 알 리비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직접 기획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알카에다가 예멘에서 세력을 확대하면서 외국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묻지마 테러’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희생됐을 가능성도 있다. 예멘에서는 2002년 이후 미국과 스페인, 벨기에 등 다양한 국적의 시민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비이슬람권으로 세 키우는 알카에다=1979년 옛 소련군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아랍 의용군으로 참전한 오사마 빈 라덴이 결성한 국제적인 이슬람 과격 테러조직이다. 1991년 걸프전쟁이 일어나면서 반미 세력으로 전환한 이 조직은 빈 라덴의 막대한 자금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범이슬람권에 세력을 확장해왔다.

이들은 철저한 점조직으로 움직이면서 계속 활동영역을 확장해 비(非)이슬람권 국가에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다. 조직원은 수천 명으로 추정되는데, 세계 각지의 산간이나 오지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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