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콘돔 발언’ 파문 확산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콘돔 배포는 에이즈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사진)의 발언에 대해 세계 각국과 국제 구호단체들이 일제히 비판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이 “교황이 무책임한 말을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교황을 직접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17일 베네딕토 16세는 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르면서 아프리카 주요 현안인 에이즈 확산 방지와 관련해 “콘돔 배포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문제를 더 확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콘돔 발언’은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프랑스 외교장관은 “교황의 발언은 공중보건정책과 인간생명을 보호하는 의무에 대한 위협”이라고 성토했다. 독일 보건장관은 “콘돔은 유럽에서 생명을 살리고 있고, 다른 대륙에서도 그렇다”고 비꼬았다. 독일의 또 다른 장관은 “교황이 사람들에게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중차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벨기에 보건장관도 “교황의 발언을 듣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하루 7400명 이상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상황에서 콘돔은 에이즈를 예방하는 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이즈 예방단체인 트리트먼트액션캠페인의 레베카 호데스 씨는 “교황의 발언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명보다 교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꼬았다.

파문이 확산되자 로마교황청은 교황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면서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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