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이날 기타큐슈에 취항한 제주항공의 승객 137명은 입국장을 둘러싼 어린이 100여 명의 열렬한 환영에 어리둥절해했다. 근처 유치원생인 이들은 저마다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며 어색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를 연발했다.
이어 열린 환영식에서 기타하시 겐지(北橋健治) 기타큐슈시장은 “제주항공의 취항으로 기타큐슈 공항의 이용률이 올라가길 바란다”며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모든 시청 직원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타하시 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국내 저가(低價) 항공사의 첫 국제선 취항을 취재하려고 함께 입국한 국내 기자단 20여 명을 처음 맞은 건 기타큐슈 시 산업경제국 관광과 직원들. 이들은 춘분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기자단을 수행하면서 주요 관광지를 소개했다.
한글이 들어간 명함을 기자에게 건넨 나이토쿠 세이지(內德誠治·40) 관광과 계장은 “이제 개항한 지 3년밖에 안 된 기타큐슈 공항이 이웃 후쿠오카 공항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주변 관광지에 대한 홍보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기자단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폈다. 기타큐슈 공항에 대한 시 당국의 정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타큐슈 시는 제주항공의 정기선 취항을 위해 항공기의 이·착륙료와 공항시설 이용료를 면제해 주는 것은 물론 승객인원과 상관없이 편당 보조금까지 지급해 주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일본 내 네트워크가 아직 취약한 제주항공을 배려해 신문 광고를 비롯한 모든 현지 홍보를 시가 전담키로 했다. 양성진 제주항공 상무보는 “지난해 기타하시 시장이 한국을 두 번이나 찾아와 정기선 취항을 직접 요청했다”며 “기타큐슈 시에서 약속한 각종 혜택에 끌려 정기선 취항을 결정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공항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는 기타큐슈 시와 달리 국내 지방공항들은 엄청난 예산만 낭비한 채 표류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이 32명으로 공항활용률이 0.004%에 그친 양양국제공항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작년 101억 원의 적자를 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공무원과 주민의 혼연일체된 노력은 비단 공항의 생사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회생에서부터 국가경쟁력 강화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기타큐슈에서
김상운 산업부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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