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잃어버린 10년 美 겪을 가능성 없어”

  • 입력 2009년 3월 28일 02시 59분


시어드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의 주가 급락과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한 외국인투자가들의 ‘디레버리징’(부채 및 투자를 축소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미국의 금융권 부실자산 매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끝날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계와 비금융 기업의 ‘디레버리징’(대출에 의존하는 소비 및 투자를 줄이는 것)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 성장의 저해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노무라증권 인터내셔널의 폴 시어드 글로벌 경제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26일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국 기자 10여 명을 초청해 월가의 위기, 금융위기 현황, 글로벌 경제전망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예상했다.

세계경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담당하는 시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미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에 바닥을 친 뒤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의 공격적이고 시의 적절한 정책 대응을 들었다.

그는 “1995년 일본에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뒤 일본 정부가 1999년 은행권의 부실자산 정리와 자본확충을 결정하기까지 4년 정도 걸렸다”며 “미국 정부는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본격화한 뒤 1년 반 만에 이 같은 정책을 결정할 만큼 매우 신속했다”고 설명했다. 시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RB가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위기 때 유동성을 공급하면 대차대조표상 자산이 증가하기 마련”이라며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은 위기 발생 후 2년 만에 35% 증가한 데 그친 반면 FRB의 자산은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한 달 만에 2배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금융위기가 진정된 후 시중에 풀린 과다한 통화량으로 엄청난 인플레이션 후폭풍이 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는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일단 인플레 조짐이 보이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올해 2분기(4∼6월) ―1.1%에서 3분기(7∼9월)에 1.1%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 연간 성장률은 2.1%로 전망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로는 무엇보다도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바닥을 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가 끝난 뒤 미국의 위상에 대해서 그는 “현재의 위기는 분명 역사적인 분기점”이라며 “미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절대적인 파워로 군림하던 시대는 끝났으며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미국과 경제파워를 나눠 갖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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