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는 3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유엔 아프가니스탄 전략회의’에도 공식대표단을 보낸다고 26일 발표했다. 이 회의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나토,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 대표가 대거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란의 참가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을 펼쳤던 것과 달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끊임없이 화해의 신호를 보낸 데 대한 화답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이란의 최대 명절인 ‘노루즈(새해)’를 맞아 “미국과 이란은 30년간 지속돼 왔던 적대관계를 접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에 협조의사를 나타낸 것은 이란도 아프간과의 국경지대에서의 마약 밀매, 인신납치, 폭력사태로 골치를 앓고 있기 때문. 그러나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서 장밋빛 전망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란이 아무 보상 없이 핵개발을 포기하거나, 외교관계 개선에 나설 리가 없다는 것. 6월 12일 ‘대선’을 앞두고 현 보수파 집권세력이 득표를 위해 강경노선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