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 전 지구적 문제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문제를 다룰 ‘에너지와 기후에 관한 주요경제국 포럼’ 발족을 제안한 것은 국제기후변화협상에서 미국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선언이다.
방법으로는 미국 월가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라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적 다자국제포럼을 제안했듯 이번에도 17개국과 유엔이 참석하는 공동협력이라는 틀을 내놓았다.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을 포함해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도국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기후변화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큰 선진국을 중심으로 강제 감축목표치를 설정한 교토의정서가 2012년으로 만료됨에 따라 본격화되고 있는 ‘포스트 교토체제’ 협상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29일부터 독일의 본에서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 채택할 협정문 타결을 위한 회의가 열린다.
독일을 방문 중인 토드 스턴 미 국무부 기후변화특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8년 공백을 깨고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한 다자협의무대에 복귀해 이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에서 △온실가스 총량거래제 실시 △205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80% 감축 △신축 빌딩의 탄소배출 억제 △저탄소연료기준 채택 등을 제시했다. 당선자 시절에는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시카고에서 2시간 동안 회동을 한 뒤 “기후변화 문제는 국가안보 차원의 시급한 문제이며 더는 미루거나 부정할 수 없는 현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법 시행과 구제금융을 위한 예산투입 등에 따른 재정적자 증가는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의회 예산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중심이 돼 발의한 안전기후변화법이 발효될 경우 2009∼2018년 총 1조200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관계법령의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안전기후변화법은 2007년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2008년 무소속 조 리버먼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존 워너 전 상원의원이 발의한 기후안보법은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동을 건 기후변화 관련 미중 간 양자협력대화도 ‘새로운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 구체적 청사진을 만들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