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후 대비” 시설-인력투자 잰걸음

  • 입력 2009년 3월 30일 03시 05분


공사 중인 컨테이너터미널 최근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싱가포르항 파시르판장 터미널. 싱가포르는 항만에 사용할 땅이 부족해 바다를 매립한 후 컨테이너터미널을 확장하고 있다. 운영사인 PSA 측은 “경기침체와 관계없이 2011년까지 관련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PSA
공사 중인 컨테이너터미널 최근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싱가포르항 파시르판장 터미널. 싱가포르는 항만에 사용할 땅이 부족해 바다를 매립한 후 컨테이너터미널을 확장하고 있다. 운영사인 PSA 측은 “경기침체와 관계없이 2011년까지 관련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PSA
■ 글로벌 침체 직격탄 맞은 싱가포르항 가보니

18일 싱가포르 서부 해안에 위치한 싱가포르 항만 자동차전용터미널.

올해 1월 완공된 이 터미널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렉서스 등 최고급 승용차 300여 대가 선적되지 않은 채 줄지어 서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싱가포르항에 내려놓기가 무섭게 각지로 팔려나가던 차종이다.

싱가포르 항만 운영사인 PSA 관계자는 “이들 차량 대부분은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기타 동남아 국가를 목적지로 재선적해야 하지만 현지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어 터미널에 서 있는 것”이라며 “최근 경기침체로 싱가포르를 거치는 물동량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업체도 타격

세계 최대 항만인 싱가포르항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싱가포르항은 지난해 2991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한 세계 1위 항만이다.

올해 2월까지 싱가포르항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382만 TEU.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7% 줄었고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PSA 측은 “3월에 접어들어도 물동량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세계 경제 회복이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물동량 감소에 따른 타격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에 주재하는 이영준 현대상선 동서남아본부장은 “현대상선의 올해 싱가포르 물동량이 지난해보다 20%가량 줄었다”며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해운업체의 도산이 잇따르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한국 해운업 위기설’로 한국 해운사의 입지도 흔들린다.

한국 해운업계의 위기 상황이 현지 언론에 계속 보도되다 보니 현지 한국 해운사에서 배를 빌리는 물량도 줄이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배를 빌릴 때마다 몇 단계 용선(傭船)을 거쳤는지 확인을 요구한다”며 “규모가 작은 해운사의 경우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투자는 계속된다

해운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싱가포르는 경제 회복에 대비해 항만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한 싱가포르 제3항만터미널(파시르판장) 확장 공사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PSA 관계자는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싱가포르 항의 물동량 감소 폭이 컸지만 다른 항만은 타격이 더 크다”며 “이번 기회에 상하이(上海)나 홍콩의 도전을 확실히 뿌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운업계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상하이나 선전(深(수,천))이 세계 1위 항만으로 올라설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싱가포르는 지금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컨테이너터미널 자체를 자동화하고 처리 속도를 높이는 등 자체 투자를 통해 다른 허브 항만으로 발길을 돌리던 선박을 붙잡았다.

싱가포르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올해 2월까지 19.7% 감소한 반면 홍콩 항은 22.0%, 선전 항은 21.6% 감소했다.

PSA 측은 “올해를 인력 구조조정 대신 인력 재교육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연평균 13% 성장한 만큼 올해는 시설투자와 인력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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