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구조조정안 거부당한 미 자동차업계'. 정성희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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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 임직원의 보너스 지급을 비난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자동차업계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그는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제출한 구조조정 방안이 정부로부터 추가 재정지원을 받기에 충분치 않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통제된 파산'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의 릭 왜거너 회장이 경영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왜 '자구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을까요? 빅3라고 하는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경영상태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GM의 경우 지난해 적자규모는 309억 달러, 판매 감소율은 23%에 이릅니다.
빅3는 한마디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에 도태되었습니다. 고유가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픽업트럭 등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차량에 주력했고 연비효율을 높이는 최소연비법안의 의회 통과를 막는 로비에 골몰했습니다. 강성노조에 끌려 다니며 퇴직사원의 의료보험 비용까지 지불했습니다.
이들은 금융위기가 본격화했는데도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했습니다. GM의 왜거너 회장은 위기의 원인을 경기침체 탓으로 돌리며 "우리가 도산하면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고 지난해 상원에 출석하면서 전용기를 타고 오기도 했습니다.
GM은 지난해 134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지만 이번엔 그보다 많은 166억 달러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업계는 국가후견을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일어설 것을 주문한 것입니다.
미 자동차업계 파문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우리 정부도 노후 자동차 교체 시 세금감면 등 자동차업계 지원방안을 제시하며 자구노력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4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앞둔 노조들은 보란 듯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기본급 4.9%인상과 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조를 설득해야할 경영진의 위기위식도 절박해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자구 노력이 따르지 않는 자동차 노사에 세금지원을 한다면 미국처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 것입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