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협상에 먹구름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8분


베냐민 네타냐후 신임 이스라엘 총리가 내각 구성 방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의회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신임 이스라엘 총리가 내각 구성 방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의회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이 강경보수파 네타냐후 총리 10년만에 복귀

극우당 총재 외교장관 임명

이-팔 관계악화 우려 목소리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강경보수파로 알려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네타냐후호(號)’의 출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중동평화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이스라엘 의회가 네타냐후 총리가 제출한 내각구성안을 총 120명 의원 중 찬성 69표, 반대 45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취임 선서를 하고 4년 임기에 들어갔다. 새 연립정부에는 총리 자신이 총재를 맡고 있는 리쿠드당, 극우 정당 베이테이누당과 ‘유대인의 집’, 중도좌파 노동당, 정통 유대교 정당 샤스당 의원 69명이 참여해 역대 연정 중 참여 정당 수도 많고 의원 수도 가장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양한 성향의 정당이 참여해 의사결정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6년 46세로 사상 최연소 총리에 올랐던 네타냐후는 3년여 집권하면서 팔레스타인 독립 반대, 시리아에 골란고원 반환 반대 등 대아랍 노선에서 가장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1976년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이 납치한 인질을 구출하려고 이스라엘군이 벌였던 ‘엔테베 작전’에서 친형이 지휘관으로 활약하다 죽은 것이 그의 정치 성향에 큰 영향을 줬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외교장관, 재무장관을 지내다 지난 2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리쿠드당이 여당 카디마당에 이어 제2당이 되면서 다시 정치권의 핵심인물로 떠올랐다. 그리고 첫 총리 임기를 끝내고 10년 만에 다시 총리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보수·극우 세력이 주도하는 새 내각을 두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극우당인 베이테이누당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총재가 외교장관에 임명된 것도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유럽국들이 중동평화협상 핵심으로 제시한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방안)에 부정적이다. 그는 이날 의회에서 “팔레스타인은 자치권을 갖고 있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추진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두 국가 해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두 국가 해법은 중동평화에 필수적”이라고 말했었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 때문에 미국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그 전에 두 국가 해법에 찬성한다고 밝힐 가능성은 있지만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