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일 전략 핵탄두를 대폭 줄인다는 목표 아래 감축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영국 런던에서 만나 올해 12월 만료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새 군축조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 성명서에 따르면 양국은 전략무기 감축을 위해 새롭고, 포괄적이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위해 협상을 시작하되 올해 7월까지 실무 협의를 마치기로 했다.
두 정상은 구체적인 핵탄두 감축 수까지 합의하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2002년 모스크바 군축협상에서 두 나라가 2012년 말까지 핵탄두를 1700∼2200개 수준으로 줄이기로 한 것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7월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핵탄두는 4100개, 미국은 5950개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언론들은 두 나라가 전략핵탄두를 각각 2200개 이하로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몇 년간 미-러 관계가 표류해 왔지만 오늘 회담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첨예한 문제들에 대해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양국 관계의 성공적 발전을 낙관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러시아 초청을 받아들여 실무 군축협상이 마무리되는 7월경 러시아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 협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군축의지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대미관계 개선 의향이 맞물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맞아 국방비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전력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양국 사정도 핵감축의 청신호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전략 핵무기의 감축에 합의해도 이를 이행하는 과정은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실무자들은 벌써부터 뇌관이 없거나 작전에 배치되지 않은 핵탄두와 다목적 전술핵무기를 군축 대상에 포함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안톤 흘롭코프 모스크바 에너지 전략 연구소장은 “실무 협상에서는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