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거침없는 행보로 ‘中의 힘’ 재확인
이번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주역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와 균형 잡힌 리더십으로 호평을 받았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앞세운 중국 후 주석의 발언권도 한층 강해졌다. G2라는 말까지 나왔다.
○ 세계지도자 이미지 구축한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다자외교 무대 데뷔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지난해 7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독일 베를린에서 20만 명이 넘는 구름관중을 끌어모았던 ‘록 스타’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많은 ‘오바마니아(오바마의 열광적 지지자)’들은 그의 달라진 리더십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특히 G20 정상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겸손함과 진실함,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높이 평가했다.
회의 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영미식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을 비판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의 뒤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나라와 협력해 매우 훌륭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며 치켜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식 기념촬영장에서 메르켈 총리를 감싸 안기도 했다.
경제위기 해법을 놓고 미국에 비판적이던 사르코지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을 “아주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회의 전 조세피난처, 헤지펀드 등 금융시장 규제에 대한 합의가 없을 경우 회의장을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강조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나의 새로운 동지”라고 칭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사일방어(MD) 구축과 관련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타협적이라면서 “그는 대화하기도 쉽고 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3일 “독주하지 않고 국제 규범을 따르는 미국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경제위기 해결사로 인정받는 중국
이번 회담은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무대였다. 후 주석은 이번 방문기간에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비롯해 9개국 정상과 회담을 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사르코지 대통령과도 전격 회동해 지난해 12월 ‘달라이 라마 파동’으로 파행을 겪어온 양국 관계를 회복시키는 등 외교 현안도 해결했다.
후 주석은 2일 ‘손을 잡고 협력해 같은 배를 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휴수합작 동주공제·携手合作 同舟共濟)’라는 G20 회담 발언에서 국제금융 감독을 위한 새로운 모델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축 통화에 변화를 가져올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국가 간 상호의존이 날로 긴밀해지는 상황에서 어느 국가도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밝혀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후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지역현안과 세계평화 유지 등 ‘21세기 전면협력 관계 건설’을 다짐했다. 양국 정상은 기존의 전략경제대화(SED)와 전략대화를 통합 격상시켜 새로운 대화채널 출범에 합의해 미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후 주석은 메데베데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천연가스와 핵에너지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국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해온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총 1조1000억 달러의 재원 가운데 400억 달러를 출자키로 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