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수익” 엑손모빌 vs “과감한 투자” 셰브론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스타일 딴판 오일메이저

금융위기 해법에 관심

‘(탐사기술이 없어) 주유소에서조차 기름이 있는 곳을 쉽게 찾지 못하지만 일단 발굴하면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엑손모빌)

‘지구 어디에 떨어뜨려놔도 한 방울의 기름을 찾을 수 있는 기업.’(셰브론)

미국에서는 세계 최고 오일메이저 업체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을 이렇게 빗대 설명한다. 엑손모빌의 비교우위는 공장효율성과 뛰어난 경영노하우에, 셰브론은 석유탐사 기술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6일 오일메이저 양대 업체의 대조적 경영스타일을 분석했다.

객관적 지표를 보면 엑손모빌이 셰브론을 다소 앞선다. 엑손모빌은 자금력과 경영효율성을 무기로 지난해 452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셰브론의 순이익은 239억 달러. 특히 엑손모빌은 석유탐사와 생산부문의 공정효율화 등 경영합리화로 투자자본 대비 50%의 수익을 올려 셰브론(38%)을 앞섰다.

엑손모빌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확대정책으로 주주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357억 달러를 쏟아 붓는 등 최근 5년간 자사주를 1090억 달러어치를 매입하고 배당금은 58%나 늘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엑손모빌이 설비투자에 소홀히 함에 따라 향후 기업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에 반해 셰브론은 원유개발 본업에 충실한 업체다. 셰브론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보다는 설비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80억 달러를 썼지만 설비투자에 228억 달러를 썼다. 전체 매출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셰브론이 68%로 엑손모빌(44%)을 크게 앞선다. 이 같은 충실한 설비투자 덕분에 배럴당 원유탐사비가 1.43달러로 메이저 업체 가운데 가장 낮다.

투자안정성을 으뜸으로 치는 엑손모빌 등 다른 서구 오일메이저 업체와 달리 셰브론은 원유 발굴을 위해서라면 지정학적 리스크도 기꺼이 감수한다. 셰브론이 내정이 불안한 앙골라와 옛 소련 붕괴 시 카자흐스탄에 과감히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은 단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셰브론은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탐사 및 생산유전이 93개에 이르고 2억 달러 미만 투자 프로젝트는 100여 개에 이른다. 엑손모빌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120개임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엑손모빌은 올해 하루 평균 400만 배럴 생산 목표와 향후 5년간 2∼3%의 매출성장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불안정한 사업장이 많은 셰브론은 장기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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