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도 국경도 건너뛴 20년 ‘단짝 도시’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2월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부산시와 후쿠오카 시의 ‘우정의 해’ 기념식에서 두 도시의 무용단들이 영원한 우정을 담은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시
2월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부산시와 후쿠오카 시의 ‘우정의 해’ 기념식에서 두 도시의 무용단들이 영원한 우정을 담은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시
두 도시 반나절 생활권

교육-문화-경제분야 등

올 교류사업만 30여 개

생산규모 5000억 달러

단일 관광권 조성 넘어

초광역 경제권도 추진

《부산에서 일본 규슈 후쿠오카까지 거리는 208km. 외국 도시지만 서울(428km)보다 가깝다. 비행기로 1시간, 쾌속선으로 3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부산과는 반나절 생활권이다. 후쿠오카 역시 도쿄까지 1100km, 오사카는 550km가량 떨어져 있어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가나 쾌속선을 타고 부산으로 가나 도착 시간은 비슷하다. 일부 후쿠오카 사업가들은 부산에 갈 때 “북구에 간다”는 표현을 쓴다. 후쿠오카에 북구가 없어 북쪽에 있는 부산을 이렇게 부른다는 것. 이런 지리적 영향으로 두 도시는 1989년 행정교류도시 협정을 맺은 뒤 학계, 경제, 교육,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교류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교류 20년째인 올해를 ‘우정의 해’로 제정하고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

○ 후쿠오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부산

1960년대 중반부터 두 지역 일부 민간단체 교류가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교류 시점은 1989년이다. 당시 영남과 일본 규슈의 최대 도시이자 항구도시라는 점에 매료됐다. 20년째 이뤄진 교류는 다양하다. 1990년 이후 시 공무원이 상대 시청에서 몇 년씩 근무하며 교류의 기틀을 다져놨다. 그러자 지방의회와 체육회, 교육청, 변호사와 치과의사회, 주요 언론사가 잇달아 협력을 맺었다. 두 도시의 웬만한 단체는 교류 협력식을 가졌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대, 동서대 등 부산 소재 11개 대학과 후쿠오카대 등 규슈지역 13개 대학이 ‘대학 간 컨소시엄 학술교류협정’을 맺었다. 두 도시 대학생들이 왕래하면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 완전히 합의가 되면 두 지역 대학이 마련한 과목의 학점을 받고 교수의 릴레이 강의도 수강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두 도시가 올해를 2009년 우정의 해로 선포하면서 교류는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2월 부산문화회관에서는 허남식 부산시장과 요시다 히로시(吉田宏) 후쿠오카 시장 등 두 도시의 행정, 상공, 문화계 인사 1000여 명이 우정의 해 기념식을 열었다.

두 도시가 올해 마련한 기념사업만 30여 가지. 9월엔 부산대표단이 후쿠오카를 답방하는 것을 비롯해 두 도시는 번갈아가며 기념식수(4∼5월), 미술전시회(5월), 친선바둑대회(5∼6월), 관광사진전시회(8월), 시민마라톤대회(10∼11월) 등을 연다. 부산에 본사를 둔 저가항공도 내년 3월부터 후쿠오카 노선을 뚫기로 했다.

8월 1일에는 부산과 후쿠오카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사직구장에서 친선경기를 하기로 했다. 과거사의 영향으로 가깝지만 먼 나라의 두 도시가 ‘부담 없는 이웃마을’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아사히신문 후쿠오카 본부의 한국 취재 담당인 고토 다즈코 기자는 “두 지역 간 잦은 왕래가 이어지면서 일본에서 가장 부산을 사랑하는 도시가 후쿠오카”라고 소개했다.

○ 국경 초월한 경제권 노린다

두 도시 교류의 최종 목표는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자는 것이다. 지난해 2월 후쿠오카 시가 부산에 단일 관광권 형성을 제안한 뒤 몇 차례 협의를 가져 ‘초광역경제권’을 만들자는 단계까지 왔다. 지난해 10월 허 시장과 요시다 시장이 경제협력협회의 구성과 공동협력사업 발굴을 내용으로 한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형성 공동 협력’을 공식 발표하면서부터다.

부산을 포함한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인구 794만 명에 지역 내 총생산 규모가 1193억 달러에 이른다. 후쿠오카 등 규슈지역 또한 1335만 명에 지역 내 총생산 4073억 달러 규모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제권인 두 지역이 경제 분야에서 손을 잡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수도인 서울과 도쿄가 멀고 중앙 집중화로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위기감에 처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구상 단계에 불과하지만 두 지역은 나름대로 몇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동 관광마케팅 등 단기적인 성과 도출, 한중일 정상회의 부산 개최, 공동 민간연구소 개설, 중앙정부의 초광역경제권 프로젝트 기금 조성 등이다.

벌써 부산발전연구원과 규슈경제조사협회가 ‘초광역경제권 형성 촉진에 관한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다. 용역 결과가 나오는 올해 말부터 두 도시는 초광역경제권 형성을 위한 공동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초기에는 경제협력이 주를 이루겠지만 서비스, 문화, 교육으로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제3의 초국경 상생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허 시장과 요시다 시장은 “실험적이고 현실 여건상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지만 장래에 아시아공동체가 이뤄지면 부산과 후쿠오카가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부산시민 情에 일본인들 감동

현지선 친절베풀기 바람 일어”

아사히신문 기자 기고

도쿄와 오사카에서 후쿠오카로 발령을 받은 회사 기자 동료들은 부산에 가고 싶어 합니다. 외국 도시인 부산이 도쿄보다 가깝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그곳을 동경합니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두 도시의 시민들이 쉽게 왕래할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후쿠오카 시민들은 ‘한국의 부산’으로 보지 않고 ‘부산’ 그 자체로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산은 후쿠오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취재 때문에 부산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부산에서 만난 시민과 여러 관계자들은 후쿠오카에 대해 아는 게 적었던 것 같았습니다. 부산보다 작은 도시여서 당연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섭섭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두 도시의 교류가 부산의 후쿠오카에 대한 시각을 새로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일본 규슈 최대 도시를 넘어 동아시아 주요 도시와의 교류 1번지 자리를 확고히 해야 할 후쿠오카로서는 일본 내 도시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겁니다. 부산도 국제화 지향이 중앙집중화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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