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국채에 집중 투자는 도박”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美연구소 “수출-환율 다 잡으려다 양국 모두 망쳐”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앞세워 최근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진 중국에 대해 연구기관인 미국진보센터(CAP)가 “수출과 환율 양쪽 다 잡으려는 중국 정책이 양측을 다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정부가 인위적인 환율정책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했다.

CAP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중 70%에 이르는 1조4000억 달러를 미국의 금융자산 형태로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을 제치고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올라섰다.

CAP는 “중국 정부가 환율에 개입해 미국과의 수출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면서 동시에 그 여유자금으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쓸 방법은 중국 내 은행에 넣어두거나 외국 통화를 사들이는 것, 아니면 미국 내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세 가지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면서 중국 은행에 넣어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외국 통화를 사들여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환율 하락) 중국 수출은 줄어들게 된다.

올 1월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중국 정부 환율 조작설’을 제기하자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발끈해 “미국 국채를 계속 구입할지는 투자가치를 따져 결정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미국에 투자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투자처가 없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특히 중국이 미국 국채에 투자의 대부분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중국 정부는 패니메이와 같은 국책 모기지 업체에 4740억 달러, 미 국채에 4390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주식이나 회사채에는 투자액 가운데 5∼11%만 투자해 미국의 기업은 여전히 자금 부족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만약 중국이 대량으로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놓으면 달러는 더욱 약화돼 중국의 손해도 커진다는 것.

보고서는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정치논리로 달러를 쥐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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