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지진 피해 눈덩이… 사망자 200명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100km떨어진 유적도 균열
여진 계속… 구조작업 난항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 주 라퀼라 시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망자가 7일 최소 207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15명에 이른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1500여 명의 부상자와 5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건물도 1만5000채가량이 파괴됐다.
폐허로 변한 중세도시에서 사람들은 여진의 공포에 떨며 밤을 지새웠다. AP통신에 따르면 부상자들은 옥외에서 링거를 꽂고 치료를 받았고, 임신부와 어린이를 포함한 주민들도 차량이나 임시 텐트 안에서 추위에 떨었다. 학생 기숙사가 무너진 곳에서는 자녀를 찾는 부모들의 안타까운 절규가 이어졌다. 구조대원은 이날 대학 기숙사 건너편 4층 건물에서 4명의 가족을 구했다. 완전히 무너진 대학 기숙사 건물에서는 생존자 1명을 구출했다. 기숙사에는 7일 현재 10여 명의 대학생들이 갇혀 있으나 굴착기를 접근시킬 수 없어 수작업으로 흙을 파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생존자인 레나토 디 스테파노 씨는 “엄청난 충격이고 재앙”이라며 “이 고통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인터넷판에서 “7일 아침 수백 명이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거리를 배회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담요를 뒤집어쓰거나 여전히 파자마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까지 연락이 두절됐던 인근 마을의 피해 상황도 속속 전해졌다. 특히 ‘오나’라는 작은 마을은 주민 250명 중 39명이 지진으로 사망했으며 가옥의 절반이 파괴됐다.
구조대원 5000여 명이 투입돼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라퀼라 시 일대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여진이 계속돼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서 건물이 4개 기둥을 빼고는 완전히 무너져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주 및 지방정부 건물도 심각한 피해를 봤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대 7000명의 인력을 동원해 앞으로 48시간 동안 계속 구조작업을 벌일 것”이라며 활동을 독려했다.
라퀼라 병원은 지진으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돼 부상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술실도 한 곳을 빼고는 안전하지 않다는 주의 조치가 내려져 의사들이 길에서 응급치료를 할 정도다. 중상자들은 헬기로 인근 도시나 리에티 현, 혹은 멀리 로마의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다행히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했고 전력 공급도 80%가 회복됐다. 열차 운행은 중단되지 않았다.
한편 지진은 100km 떨어진 로마에도 미미하지만 영향을 미쳐 3세기에 지은 칼리굴라 목욕탕에 균열이 발생했다. 중세 도시 라퀼라 시 유적도 큰 피해를 봤다. 유명한 산타마리아 디 콜레마조 성당도 부분적으로 붕괴됐다. 13세기에 지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중앙부 일부가 지진으로 붕괴됐다.
과거 수많은 지진 속에도 견뎌온 르네상스 시대에 지은 산 베르나르디노 성당도 이번에 심각한 피해를 봤다. 15세기 성에 조성된 아브루초 국립박물관도 피해를 봐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고 있으며 소장품은 인근 창고로 옮겼다. 시내 한가운데 두오모 광장에 있는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산타마리아 델 수프라조 성당도 피해를 봤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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