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근해에서 해적들이 미국 선적의 배를 공격해 선장 1명을 인질로 붙잡자 미국은 9일 구축함을 현장에 긴급 파견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미국이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해 아덴 만 해상에 투입된 베인브리지 등 구축함 3척과 해군 초계기를 사고 해역에 긴급 파견하는 등 비상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새벽 긴급 보고를 받고 ‘인질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미군은 해적들과 선장이 탄 구명정에 접근해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구명정은 연료가 바닥나 멀리 가지 못하고 해상을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억류된 선장 리처드 필립스 씨는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선박이 납치되었던 적은 북아프리카에서 바르바리 해적들이 출몰하던 19세기 초 이후 200여 년 만이다. 이에 따라 선장이 인질로 잡히고 선박이 해적에 납치됐다는 소식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 언론들은 인질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선원들이 배를 되찾았다는 소식에 ‘용감하고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었다’는 등 ‘영웅 만들기’ 보도도 내놓고 있다.
미국 선원 20명이 탄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의 공격을 받은 것은 8일. 구호물자를 싣고 케냐로 향하던 이 1만7000t급 컨테이너 화물선은 이날 오전 소말리아 에일 항에서 동남쪽으로 450km 떨어진 인도양 해상에서 해적 4명의 습격을 받았다. 비무장 상태의 선원들은 AK-47소총 등으로 무장한 해적들을 맞아 극적인 사투를 벌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선원들은 접근해 오는 해적들을 향해 방화제를 살포하고 호스로 물을 뿌렸다. 배 주변에 전선을 감고 갑판에 미끄러운 물질을 바르며 접근을 차단했지만 결국 해적 4명이 배에 탔고 대치 상황이 벌어진 것. 선원 켄 퀸 씨는 CNN과의 위성 통화에서 “갈고리를 배에 걸고 갑판에 올라온 해적들과 격투 끝에 해적 1명을 인질로 잡아 조타실로 끌고 간 뒤 12시간 동안 선상 대치했다”고 전했다.
해적선은 침몰했지만 해적들은 선장 필립스 씨를 인질로 잡아 구명정을 타고 탈출해 현재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AP통신은 또 다른 선원의 말을 빌려 필립스 선장이 ‘구명정과 약간의 돈을 줄 테니 나를 인질로 잡고 물러가라’고 해 배와 선원들을 선장과 맞교환했다고 전했다.
한편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해 국제사회의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해적들의 위협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적들은 지난해 선박 130여 척을 공격해 42척을 납치했다. 해적들에게 지불된 몸값만 5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