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이재민 분노 산 伊총리 “주말 캠핑 왔다 생각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잦은 실언과 기행으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사진)가 아브루초 주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해 이재민들에게 “주말 캠핑 왔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이 8일 보도했다. 또 “인근 해변으로 놀러가라”는 등의 농담을 건네 천막촌에서 생활하며 상심에 빠진 이재민들을 분노케 했다는 것이다.

8일 재해 현장을 방문한 그는 독일 N-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재민들은 의약품, 따뜻한 음식, 잘 곳 등 부족한 게 없다”며 “주말 캠핑 왔다고 생각해야”라고 말했다. 또 “여기서 버스로 한 시간 가면 해변이다. 해변으로 가면 정부가 돈을 대신 내줄 호텔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여성에겐 “(바깥 생활 하니) 선크림을 바르라”고 농을 건넸다.

지진 피해가 컸던 라퀼라 시 외곽 운동장에 마련된 천막촌에서 생활 중인 빈센초 브레글리아 씨는 “이곳 생활을 휴일 캠핑처럼 즐긴다고 생각한다면 총리를 초대해 서로 맞바꿔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처럼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 속에서 뜨거운 물도 없이 밤을 보낸다면 총리가 이걸 얼마나 좋아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정작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자신의 말이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것이었다며 논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기자들에게 “내가 실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낙관적인 태도와 쾌활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말한 것”이라고 오히려 반발했다.

한편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건설회사와 감리사 등이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켰다면 이처럼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인재(人災)임을 시사했다. 이날 정오 현재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279명으로 늘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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