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시위를 하지만, 다음번에는 노란 옷, 파란 옷 입은 사람이 할 겁니다. 정치 세력들이 이처럼 색깔 논쟁을 하다가 관광산업까지 망칠까 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도연 재태국 한인회장(사진)은 13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태국 사람들이나 교민들은 연일 계속되는 시위로 생계 걱정이 가장 크다”고 하소연했다. 태국은 13∼15일 민족 최대 명절 ‘송끄란’을 맞아 사흘간의 긴 연휴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한국의 설과 마찬가지로 보통 고향으로 가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거나 휴가를 즐기는데, 시내에서 데모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정치꾼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3일 새벽부터 정부 청사, 민주기념탑 광장, 딘댕로드, 킹파워 면세점 등 수도 방콕의 대형시장과 쇼핑센터, 로터리 주변 곳곳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위대가 액화석유가스(LPG)로 운행되는 버스와 택시는 물론 LPG통을 주요 도로 곳곳에 쌓아놓고 군이 쳐들어올 경우 폭발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송끄란’은 물의 축제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는 게 풍습”이라며 “시위대는 곳곳에서 물을 뿌리고, 쓰레기에 불을 붙이며 놀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군과 경찰은 13일 새벽 충돌 이후에는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의 한인들의 60∼70%가 관광과 관련된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최근 한국 관광객이 급감해 교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규진 전 한인회장도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는 외국인들과 자국민들에게 시내 중심가 통행을 가급적 자제하라는 방송뉴스를 연이어 내보냈다”며 “시위대는 대부분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지방에서 올라온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자들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해 주최 측에서 도시락을 제공했는데, 도시락 밑에 500∼1000밧(약 1만8000∼3만7000원)씩 돈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주최 측에서 군중을 동원한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