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서 숨진 美 소년병 59년만에 고향에 묻히다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5분


1950년 당시 18세 스티덤 상병 유해 찾아 영결식

“우리는 너를 근 60년간 기다려왔단다. 모진 세월이었지.”

13일 오전 미국 켄터키 주 렉싱턴. 1950년 11월 당시 18세 나이로 6·25전쟁에서 실종된 로이드 스티덤 상병(사진)의 뒤늦은 영결식이 열렸다. 그는 인근 캠프넬슨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영결식에는 부모도, 5명의 형제 누이도 참석하지 못했다. 가족 대부분이 59년 만에 돌아온 그의 시신을 맞이하지 못한 채 이미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머리가 하얗게 센 이복동생들이 영결식에 참석했다.

이날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담당 합동사령부(JPAC)’의 발표와 실종미군 귀환을 위한 단체인 ‘태스크포스 오메가’ 및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이를 두 살 더 많다고 속여 군에 입대한 스티덤 씨는 육군 제25 보병사단 공병전투대대에 배속됐다. 6·25전쟁 발발 초기 한국에 도착한 부대다. 그는 11월 평북 구룡강 인근에서 중공군과의 치열한 전투 중에 실종됐다.

이복동생 로니 스티덤 씨에 따르면 그의 부모는 침실에 아들의 사진을 걸어둔 채 살아 돌아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매일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다 1999년 부모는 먼저 세상을 떴다. 스티덤 상병의 시신은 2000년 JPAC 발굴단에 의해 발굴됐고 유전자 감식을 거쳐 이달 3일 신원이 공식 확인됐다. 그는 중공군에 항복했지만 처형된 것으로 전해진다.

JPAC의 조니 웹 공보담당 참모는 별도 발표문을 통해 “우리는 해마다 두 차례 실종자 가족에게 발굴 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며 “한국전 실종자 수색은 목격자를 찾는 게 중요하다. 2008년 한국에서 403명의 집을 방문했고 그 가운데 11명이 도움이 되는 진술을 해줘 3곳의 발굴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JPAC는 ‘한 명의 병사도 적진에 버려두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라는 모토 아래 연평균 70명의 베트남전, 한국전 실종자 유해를 발굴해 내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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