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중스(中視) 타이스(台視) 화스(華視) 등 3대 지상파 TV가 오후 8시 황금시간대에 모두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자 대만 연예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7일 홍콩의 싱다오환추왕(星島環球網)과 대만의 둥썬(東森)TV의 보도에 따르면 화스는 다음 주부터 오후 8시에 ‘풀하우스’를 방영하기로 했다. 타이스는 현재 같은 시간대에 ‘바람의 화원’을 내보내고 있다. 중스TV도 곧 대만 드라마 ‘왕씨 이야기(老王的故事)’가 끝나면 한국의 ‘에덴의 동쪽’을 방송할 예정이다. 특히 타이스는 ‘바람의 화원’이 끝나면 2시간 연속 ‘종합병원 시즌 2’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방송할 계획이다.
대만의 드라마 제작자이자 ‘종합예술의 대부’로 불리는 왕웨이중(王偉忠) 씨는 “한국 드라마를 강력히 막아내자”며 “문화사업을 키울 책임이 있는 방송국이 투자는 하지 않고 외국 드라마만 사다가 방영한다”고 비난했다. 유명 TV 드라마 PD인 량슈선(粱修身) 씨는 “대만의 방송국이 앞으로 이처럼 한국 드라마만 틀면 대만인들이 ‘우리가 혹시 한국인 후예인가’라고 의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량 PD는 “대만 신문국의 보조로 내가 제작한 40회분 드라마에 6000만 대만달러(약 24억 원)가 투입됐는데 어느 방송국도 내보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한국 드라마가 황금시간대를 차지해 유명 탤런트들도 대륙으로 가서 일자리를 구할까 고민할 지경이라는 것. 캉카이(康凱) 대만 연예인노조위원장은 “이 같은 사태가 계속되면 연예인들이 방송국에 몰려가 계란 던지기 등 시위와 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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