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이 동남아를 떠도는 민족, 아시아의 팔레스타인족 로힝야족을 아십니까.’
14일과 15일 인도네시아 관광 도시 발리에서는 아시아 40여 개국 장관들이 모여 ‘로힝야’족 처리 문제를 의논했다. 최근 로힝야족의 비극적인 상황이 잇따라 부각되면서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태국 해군은 자국에 밀입국한 로힝야족 보트 피플 1200여 명을 무동력선에 실어 공해로 추방했다. 이 중 300명 이상이 바다에 빠져 죽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0여 명은 바다를 떠돌다가 인도네시아 해군에게 구조됐다. 인도네시아 역시 이들을 미얀마로 추방하려다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자 난민 캠프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아라칸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수니파 이슬람교도들이다. 적게는 약 70만 명에서 많게는 140만 명의 로힝야족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힝야족은 자신들이 9세기경 미얀마에 정착한 아랍 상인들의 후손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미얀마 군정은 이들이 19세기 중엽 영국에 의해 이곳에 노동자로 끌려온 인도 무슬림의 후예라고 말한다. 로힝야족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다는 이유로 미얀마 130여 개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크게 차별받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이들을 아예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신분증도, 여권도, 땅에 대한 소유권도 없다. 무국적자인 셈이다. 게다가 허가 없이는 다른 마을로 이동할 수도 없다. 이러다 보니 미얀마를 탈출한 로힝야족은 군인들이 수시로 마을에 쳐들어와 온갖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로힝야족 수십만 명은 박해를 피해 1978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이웃 방글라데시로 도망쳤다. 방글라데시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지원을 받아 이들을 두 곳의 난민 캠프에 수용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일자리도 학교도 변변히 없어 하루하루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 사는 로힝야족은 이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보트 피플이 되지만 어딜 가나 박해를 받는다. 게다가 미얀마는 자국민이 아니란 이유로 이들의 송환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의 천막촌에서 10만여 명의 로힝야족이 기약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로힝야족 문제는 2월 말 태국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도 거론됐으나 미얀마가 ‘국내에 로힝야라는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함에 따라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이러는 사이 로힝야족은 지금도 보트 피플이 되어 동남아의 바다를 떠돌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