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심 아시아로 이동”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부시, 보아오 포럼 퇴임후 첫 연설… 中 “달러체제 바뀌어야”

“아시아가 서방국가에 목소리를 높였다.”

보아오 포럼이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것은 국제경제에서 아시아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기 때문.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 것은 세계 경제위기 돌파구로 아시아 역할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서 달러 주도의 국제금융 체제 변화를 위한 보폭을 넓혔다.

○ “금융위기 극복 아시아 역할 중요”

‘경제위기와 아시아’를 주제로 한 제8차 보아오 포럼에서는 세계 경제위기로 아시아 각국이 큰 타격을 받았고 나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아시아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후진적 금융체계로 세계 경제에 혼란을 일으켰다’며 서방식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던 시기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오히려 금융체계에 대한 감독 강화, 경제 발전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아시아적 발전방식’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개막 연설에서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특히 아시아 각국이 단결하고 전면적으로 협력해 위기극복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룽융투(龍永圖) 보아오 포럼 비서장은 “이번 포럼은 신흥경제국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매우 중요한 무대”라면서 “새로운 금융시스템 건설 등을 위해 신흥경제국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임 후 처음 해외 공식활동에 나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18일 만찬 연설에서 “전 세계 경제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미국이 중국이나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데 중국이 없으면 아무 의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총리는 “재임 시 중-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부시 전 대통령은 잊지 못할 오랜 친구”라고 화답했다.

○ 中 “금융질서 개편 주도권 행사”

중국은 이번 포럼에서 총리와 부총리, 런민(人民)은행장 등이 앞으로의 금융질서 개편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원 총리는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다원화된 국제통화 시스템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페이옌(曾培炎) 국무원 부총리 겸 포럼 이사회 부의장은 “중국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금융위기에 빠진 세계를 중국 혼자서는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중국에 거는 기대와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회담 전 달러 기축 통화체제 변화를 제안했던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대체하는 국제금융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우 행장은 “IMF는 국제금융위기의 사후대처는 물론 사전경고나 진단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17일 개막한 보아오 포럼은 19일 폐막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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