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목민 경기침체에 “집으로”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타임지 “베이징 한국인 25% 귀국길 올랐다”

해외로 꿈을 찾아 나섰던 ‘글로벌 노마드(global nomad·더 나은 직장, 학업 등을 위해 유목민처럼 국경을 넘어 이주하는 사람들)’가 다시 짐을 챙겨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경기침체로 실직하거나 환율이 불안정해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곳곳에서 귀국길에 오른 사람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잘나가던 두바이 싱가포르 이탈자 러시=조용한 항구도시였던 두바이는 오일머니 투자 러시로 10여 년 전 금융업 건설업이 호황을 누리며 미국 유럽의 금융맨들과 아시아 출신 건설근로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금융업도 불황에 빠지자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인구가 올해 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탈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이들이 타던 중고차가 헐값에 팔리거나 두바이 공항 근처에 버려지는 경우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도 외국인이 몰리며 2000∼2008년 인구가 20% 증가했지만 내년까지 20만 명이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베이징의 한국인도 대표 사례 중 하나. 중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베이징 왕징(望京) 지역엔 ‘차이나 드림’을 찾아 온 사업가와 중국어를 배우려는 유학생 등 한국인 8만여 명이 거주해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이들 가운데 25%가량이 귀국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잡지는 이처럼 21세기 이후 세계화 물결을 타고 더 나은 삶을 찾아 외국으로 나갔던 이주 근로자, 금융업자, 건설업자, 유학생 등이 이젠 ‘귀국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족주의 강화로 어려움 가중=경기가 침체된 후 각국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하는 것도 이들에겐 큰 시련이다. 노동시장에서 자국민을 우선시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배척하는 정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방글라데시 근로자 6만 명의 비자를 취소한 데 이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강제추방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의 외국인근로자 고용기준을 강화했다. 최근 영국에선 매년 2만6000명에 이르는 유럽연합(EU) 이외 지역 출신 고급 인력을 1만4000명 선으로 줄이기 위해 이들에 대한 교육 자격조건을 까다롭게 바꾸고 임금 하한선도 올렸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이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국가 출신의 블루칼라 근로자는 귀국해도 실직과 빈곤을 면치 못하므로 현재 거주하는 곳에 남으려고 애쓴다. 이로 인해 노동착취 등 학대를 견디면서 적은 임금을 받고도 일하려는 이주근로자가 늘고 있다. 또 일부는 노숙자로 전락해 타국에서 공원 등을 전전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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