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빠가 영원히 옆에 있어줄 게.” 중국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 대지진 1주년(내달 12일)을 앞두고 중국의 한 공무원이 대지진 당시 숨진 아들을 그리워하다 목숨을 끊어 13억 중국인을 울리고 있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이촨(北川) 현 당위원회 선전부 펑샹(馮翔·33) 부부장은 20일 새벽 그의 형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펑 부부장은 숨지기 2, 3시간 전 그의 블로그에 ‘너무도 많은 만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기고 8차례 “만일 내가 죽는다면”을 언급하면서 아들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만일 내가 숨진다면 아들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할 것”이라며 “아들아, 만일 어느 날 내가 죽게 되면 엄마에게 내 유골을 취산(曲山)초등학교 나무 밑에 묻어달라고 할게”라고 적었다. 펑 부부장의 아들 펑한모(馮瀚墨)는 대지진 당시 8세로 취산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다 학교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숨졌다. 현재 학교가 있던 곳은 수많은 아이의 시신을 품은 채 폐허로 남아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100만 명 이상의 중국 누리꾼이 방문해 2만 건 이상의 댓글을 남기며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 그의 동료인 베이촨 현 당위원회 소속 둥위페이(董玉飛·40) 주임도 대지진 때 아들(12)을 비롯한 가족을 잃은 것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펑 부부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둥 주임이 자살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스잔뱌오(史占彪) 중국과학원 심리연구소 베이촨 사무소 소장은 베이징(北京)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사와 공무원들은 그들 자신이 재해민이면서도 다른 재해민의 불만을 달래야 하기 때문에 심적 고통과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하고 있으나 인원이 태부족”이라고 말했다. 베이촨 현은 대지진 당시 80% 이상이 파괴되고 1만5000여 명이 숨졌다. 중국 정부는 가장 피해가 컸던 이곳을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촨 현 주민 15만 명 가운데 20∼30%가 심리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