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90일내 예산지출 1억달러 줄여라”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7분


오바마, 취임 91일만에 첫 각료회의… 20년래 가장 늦은 組閣

“오바마 정치쇼하나”…언론-공화 일제히 비판

대통령 취임 91일을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첫 각료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각료 인선을 서둘러 지난해 말까지 조각(組閣)을 마무리했지만 일부 내정자가 탈세 등으로 낙마해 상원 인준 청문회가 지연되면서 첫 전체 회의가 이번에야 열린 것. 21일 상원 재무위원회 인준 투표를 앞두고 있는 캐슬린 시벨리어스 보건장관 내정자만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 각 부처에 “향후 90일 이내에 연방정부 예산 지출을 1억 달러 줄이라”고 했다. 그는 “행정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해 국민이 낸 세금이 단 한 푼도 낭비되지 않고 사용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1억 달러가) 장기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예산 절감이 쌓이면 결국에는 정부 운용방식을 변화시키려는 우리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21일자 기사에서 “1억 달러 감축제안에 대해 예산 전문가들은 실소를 금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만간 TV 토크쇼의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예산위원회도 ‘오바마 대통령의 0.0025% 예산감축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7870억 달러짜리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인 행정부가 올해 연방적자가 1조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 쇼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 브라이언 리들 연구원도 “이날 제안은 연간 4만 달러를 지출하는 가정에 1달러 소비감축을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20일 대통령이 밝힌 것은 향후 행정부 운용과정에서 취할 예산감축의 철학을 보여준 것”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는 앞으로 10년간 2조 달러의 예산감축 청사진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첫 회의를 한 오바마 내각은 역대 내각 중 인종, 성별, 지역 등에서 가장 다양한 인물로 짜였다. 시벨리어스 내정자가 인준을 받을 경우 여성 장관(급)이 7명이나 되고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출신도 9명이나 된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시벨리어스 내정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더라도 오바마 내각의 완성은 최근 20년 내에서 가장 느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조지 부시 대통령 당시 딕 체니 국방장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닛 리노 법무장관도 늦었지만 이렇게 늦어진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원 인준을 통과한 차관보 이상 고위 관료는 48명으로 과거 정부보다 빠르다. 취임 이맘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9명이, 빌 클린턴 행정부는 37명만이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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