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 확충을 위해 63년 역사상 처음으로 채권을 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와 세계은행 총회에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며 회원국들과 구체적 발행 규모와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IMF는 2일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향후 50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기금 출연을 약속한 유럽과 미국의 경제상황 악화로 차질을 빚고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는 이번 결정이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승리’”라며 IMF 내에서 신흥국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평가했다. 채권 발행 소식에 기뻐하며 곧 매입하겠다고 밝힌 나라들이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신흥국이기 때문이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IMF의 1조 달러 재원 확대를 위해 채권을 매입할 것”이라고 했고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이번 발행채권 중 400억 달러를 매입할 계획을 세웠다고 AP는 덧붙였다.
그동안 중국 등 신흥국은 국제기구가 신흥국의 높아진 경제적 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선진국 중심의 결정만 내린다고 비난해 왔다. 특히 출자지분이 커야 발언권이 커지는 의사결정 구조상 지분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185개 회원국 중 85% 이상의 찬성을 받아내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전체 투표권의 32%, 미국이 17%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3.72%, 인도 1.9%, 한국은 1.35%에 불과하다.
한편 미국 정부도 25일 이번 IMF 개혁에 강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개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IMF 운영위원회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IMF가 세계 경제현실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역동적인 신흥국의 경제를 반영해 지분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사회에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의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전체 의석을 2012년까지 현행 24석에서 20석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선진국의 의석이 줄어 신흥국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번 결정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