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만에 확인된 실종된 미군 병사의 희생정신

  • 입력 2009년 4월 29일 15시 27분


1951년 6·25전쟁때 실종된 한 미군 병사의 희생정신이 뒤늦게 확인돼 58년만에 훈장이 추서됐다. 미 육군은 지난주 한국전 실종자 윌리엄 마일스 병장의 유족에게 최고등급 훈장의 하나인 수훈십자장을 전달했다.

육군 공수부대요원으로 참전한 마일스 병장은 22세때인 1951년 7월 6일 실종됐다. 당시 부대원들 사이에선 "윌리엄이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던졌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런 말은 돌고 돌아 한국전 관련 책을 집필중이던 더글러스 딜라드(83) 퇴역 대령의 귀에 들어갔다. 딜라드 씨는 2003년부터 한국을 방문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마일스 씨의 마지막 행적을 복기했다. 근 6년간의 노력 결과 미 국방부의 인정을 받은 것.

워싱턴포스트가 28일 보도한 공적사항, 그리고 한국전참전공수부대원연합회(RICA) 웹사이트에 따르면 자원입대한 마일스병장은 제4레인저 보병중대에 배속됐다. 1951년 3월 적진 보급로를 차단하다 심한 부상을 당하고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그는 6월 다시 작전에 자원했다.

7월 6일 중공 및 북한군 점령 지역의 적진 120km 후방에 낙하해 거점 확보 작전을 벌인뒤 귀환하던 마일스 병장 소속 부대원들의 위치가 노출됐다. 선두에서 정찰 임무를 하던 그는 동료들에게 "내가 적의 시선을 잡아둘테니 너희들은 빨리 빠져나가라"고 무전을 보낸뒤 한국군 중위와 함께 나섰다. 다른 부대원들은 적군의 기관총과 박격포가 두 사람을 향해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탈출에 성공했다

마일스 병장의 여동생 마조리에(71) 씨는 워싱턴포스트에 "오빠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었다. 이른바 '겅호'(gung-ho·'멸사봉공'을 뜻하는 속어)였다"며 "나는 당시 코리아가 어디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다. 어머니는 '언젠가 장남이 돌아올텐데 이사를 가면 집을 못찾는다'며 아주 오랫동안 낡은 집을 지키셨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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