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인플루엔자로 목숨을 잃은 첫 사망자는 현대판 ‘장티푸스 메리’?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 주(州)에 살던 마리아 아델라 구티에레스 씨(39·여)는 돼지인플루엔자로 이달 13일 가장 먼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죽음을 애도할 틈도 없이 이 여성에게는 바이러스를 옮긴 주범이라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녀의 직업이 집집마다 직접 찾아다니며 세금 관련 설문조사를 하는 통계조사원이었기 때문. 발병하기 직전인 3월 말∼4월 초에 최소 300명 이상을 접촉한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9일 멕시코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첫 희생자가 ‘장티푸스 메리’ 역할을 한 셈”이라고 전했다. ‘장티푸스 메리’는 1900년대 초 미국 대륙에 최초로 장티푸스를 옮긴 메리 맬런 씨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요리사였던 그녀가 일한 가정마다 환자가 속출해 53명이 장티푸스에 감염됐고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이후 ‘장티푸스 메리’는 대규모로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 됐다.
멕시코 보건당국은 4월 8일 구티에레스 씨가 병원에 실려 왔을 때만 해도 폐렴 진단을 내렸으나 16명이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자 이후 이들을 격리했다. 구티에레스 씨는 심한 호흡 곤란과 설사 증세를 호소하다 5일 뒤 숨졌다. 보건당국은 구티에레스 씨가 발병 전 접촉했던 사람들 전부를 상대로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조사에 응한 당시 접촉자 중 33∼61명이 비슷한 증세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