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美 소비침체 고통 오래갈 것”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버크셔해서웨이 주총 3만5000명 최대 인파

투자실패 송곳 질문 등 6시간 마라톤 질의응답
분위기는 다소 무거워

“일자리가 불안합니다. 미국은 언제쯤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재정적자가 계속 늘고 있는데 달러화 가치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캘리포니아의 집값은 언제쯤 하락을 멈출 것으로 보십니까.”

2일(현지 시간)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의 퀘스트센터에서 개막한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장.

3만5000여 명의 주주들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각국에서 몰려들었다. 주총 사상 최대인파다. 수천 명의 주주들은 오전 7시 반에 문이 열리는 주총장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새벽부터 행사장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기다렸다. 1995년부터 매년 주총에 참여해 왔다는 미국 샌디에이고의 마크 하먼 씨(53)는 “버핏 회장의 말을 듣고 있으면 어두운 미래에 이정표가 보이는 기분”이라며 “올해 처음으로 와보는 열한 살짜리 아들에게도 좋은 경제교육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9시경 이날 주총의 하이라이트인 버핏 회장의 ‘마라톤 질의 응답’ 시간이 시작됐다. 버핏 회장과 찰스 멍거 부회장이 연단에 나와 6시간 동안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나갔다.

이날 주총장 분위기는 위트가 넘치는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의 생생한 답변과 가르침으로 웃음이 넘쳐나던 예년과 달리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다. 최악의 경기침체 여파 때문이었다. 버핏 회장은 경제 전망에 대한 질문에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침체와 제조 서비스업 위축이 꽤 오랜 기간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이 언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자회사가 67개로 경기 흐름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앞으로 미국 정부의 부양책과 국채 발행 증가로 달러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11세 소년의 질문에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충고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미국이 매년 130만 가구가 새로 생겨나는데 신규주택 건설은 50만 채에 머물러 있다며 재고주택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조만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핏 회장의 투자 실책에 대한 송곳 같은 질문도 적지 않았다. 종교 행사와 같은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장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질문들이었다. “보험사(버크셔해서웨이의 주력사업이 보험업임)가 고위험 상품인 파생상품에 투자한 게 옳았느냐”는 일부 주주의 항의성 질문에 버핏 회장은 즉답을 피한 채 “장기적으로 볼 때 파생상품의 가치는 다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골드만삭스에 투자해서 손실을 본 것은 이 회사들의 사업성이 아니라 증권투자 차익을 노렸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성 질문도 나왔다. 버핏 회장은 이날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투자 손실 등으로 버크셔해서웨이의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17억 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하=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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