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국 워싱턴 시내 한 유대인 초등학교.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1월 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에 모습을 드러냈다. 초등학생 40여 명을 대상으로 해외여행과 외국어 학습의 중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하던 라이스 전 장관은 4학년 남학생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각본 없이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이 남학생은 “미국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수감자들에게서 정보를 얻는 방식에 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한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라이스 전 장관은 테러용의자들에게 가한 신문 방식에 사실상 ‘고문’ 판정을 내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일단 직접적인 비난은 삼가는 방식으로 운을 뗐다. 그는 “오바마는 나의 대통령이기도 하다”며 “그들의 말과 행동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당분간은 뜻을 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9·11테러 이후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지키려고 애썼고 합법적인 정책만을 허락했다”고 말해 불법 고문 논란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한편 라이스 전 장관은 지난달 27일 모교인 스탠퍼드대 강연에서도 “(현재 논란이 된) 신문 방식은 합법적이고 이 나라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