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리(程莉·여) 씨는 두 달 뒤면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의 공공관리학원 석사과정을 마치는 수재다. 이 정도 학력이면 국가발전개혁위원회나 상하이(上海) 시 공무원 같은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지진 피해를 입은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 현 산골 마을에서 ‘촌관(村官)’을 맡기로 했다. 촌관은 시골 관리의 보좌관으로 촌장이나 촌서기 밑에서 농촌 개발과 계몽사업을 주로 담당한다. 그는 런민(人民)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 넓은 학습과 발전의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오지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 대학 졸업생 사이에 농촌과 서부 등 변경지대나 재해지역으로 뛰어드는 바람이 불고 있다. 대도시의 보수 높은 직업만 고르고 시골 근무는 전무하다시피 한 과거와 딴판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10%가 넘는 심각한 대졸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시골 근무를 주요 경력으로 인정해주고 학자금 대출 상환을 보조받는 등 각종 지원책이 있기 때문이다. 애국심의 발로에서 선택한 사람도 있다. 칭화대만 해도 상반기 졸업생의 10% 안팎이 서부 등 오지에서 직장을 잡았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4일 전했다.
중국 정부는 청년 실업난도 해소하고 낙후 지역도 살리는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어 적극 독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최고지도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3일 낙후지역에서 직장을 잡은 100여 명의 칭화대 소속 예비졸업생과 만나 “힘든 일일수록 훌륭하고 인민에게 유익한 사람을 만든다”며 “이 경험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성공을 기원한다”고 용기를 북돋웠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2일 중국농업대를 방문해 “조국과 인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층 최전선의 어려운 환경에서 업적을 쌓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장쑤(江蘇) 성에서 촌관 5010명을 뽑는 데 5만 명의 대졸자가 지원하는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촌관 지원 붐이 일고 있다고 런민일보가 전했다. 2007년 4만1000여 명이던 대학생 촌관은 최근 급격히 늘어 올해 현재 1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