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유력지들 확인않고 기사화 망신

대학생이 온라인에 거짓정보 실험

아일랜드의 한 대학생이 온라인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올린 가짜 정보를 영국 유력 언론이 인용해 기사화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A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더블린대 재학생인 셰인 피츠제럴드 씨(22)는 지난달 28일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자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위키피디아에 자르가 생전에 한 발언이라며 “사람들은 내 인생 자체가 한 곡의 긴 사운드트랙이라고 말하게 될 것” “음악은 내 삶이자 활력소” 등을 게재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15분 만에 지어낸 거짓 정보였다.

그가 올린 정보들은 가디언 등을 비롯해 영국 주요 언론은 물론이고 호주, 인도의 언론이나 블로그 등에 기사로 인용되면서 순식간에 자르가 생전에 했던 명언으로 둔갑돼 전 세계로 확산됐다. 사회학과 학생인 피츠제럴드 씨는 자신의 연구과제인 ‘정보가 얼마나 빨리 퍼질 수 있는가’에 관한 연구를 위해 각국 기자, 블로거들이 인터넷 정보를 얼마나 이용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이 같은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독자란 편집자 칼럼에서 위키피디아 허위정보를 인용해 기사로 낸 것을 인정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작 피츠제럴드 씨는 “인터넷 정보를 검증하지 않은 실수를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오보의 근원으로 지목하며 비난하기에만 급급하다”며 블로거와 언론을 비난했다. 그의 정보가 거짓으로 밝혀졌음에도 인터넷에는 아직도 그가 지어낸 발언이 자르의 명언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