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외의 해외 시장은 하강 속도가 완만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을 중심으로 일부 소비지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서려는 조짐은 보인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2월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8.6% 떨어졌다. 하락폭이 크긴 하지만 1월(19.0%)에 비해선 둔화된 수치다. 미국의 집값 추이는 향후 가계의 소비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 실제 미국의 한 민간 경제조사기관이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포인트가 오른 39.2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에서도 미약하지만 희소식이 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3월 경기선행지수는 전달 대비 2.1포인트 오른 76.6으로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유럽연합(EU) 지역은 긍정적인 지표와 부정적인 지표가 혼재돼 있지만 경기회복의 속도는 다른 지역보다 떨어진다.
이처럼 선진국 경기의 복원이 지연되면서 한국의 수출 또한 부진한 상태다.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여전히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의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미국 일본 EU 등 선진경제권에 대한 수출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으로선 이들 시장의 회복이 절실하다.
다만 세계 경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글로벌 경기 회복도 연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본격 회복되면 일본도 수출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연구전문위원은 “미국 금융시장의 안정이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돼야 선진국 경제가 순차적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