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정부군이 동북부 해안지역의 타밀반군 거점에 대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12, 13일 이 지역의 병원이 잇따라 포격을 당해 적어도 97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스리랑카 정부와 반군을 동시에 비난하면서 교전 중단과 민간인 보호를 촉구했다.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물리바이칼의 임시 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13일 “포탄 공격을 받아 민간인 50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12일에는 이 병원이 포탄 공격을 받아 민간인 4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병원은 이달 2일에도 포격을 받아 64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곳이다. 타밀반군은 지난 주말부터 계속된 정부군의 집중 공격으로 최대 20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 지역에서 민간인의 탈출을 돕던 현지 직원 1명이 13일 포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정부군은 약 4km²의 해안 정글지역에 반군을 몰아넣은 상태이며, 이 지역에는 5만 명의 민간인이 반군의 통제 아래 머물고 있다. 정부군 대변인은 13일 “몇 주 전부터 포격을 하지 않았다”며 포격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반군이 이날 잇달아 보트를 이용한 자살공격을 시도해 반군 10명이 숨지고 정부군 몇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존 홈스 유엔 구호담당 사무차장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군이 계속 포격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반군은 민간인을 억류한 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양측을 모두 비난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위성사진과 목격자 증언을 통해 이 지역에 포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으며 반군이 이 지역에서 탈출하려는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