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亞 이어 아세안과 ‘新아시아 외교’ 2탄

  • 입력 2009년 5월 16일 02시 54분


■ 제주 韓-아세안 특별정상회의 6월 1, 2일 개최

李대통령 준비상황 직접 챙겨 “내 차도 다른 정상과 수준 같게”

‘실질적 협력’ 액션플랜 논의…CEO회의 - 전통음악 공연도

이명박 대통령이 ‘신(新)아시아 외교 구상’의 2탄을 쏘아 올린다. 10∼14일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을 통해 중앙아시아 자원 외교의 이정표를 마련한 이 대통령은 6월 1, 2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정상을 제주도로 초청해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회의는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행사로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 특히 아세안의 중심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인 데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3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이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요청받고 방한을 약속했다.

이번 회의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다자 간 정상회의다. 또 아세안은 이 대통령이 천명한 ‘신아시아 외교 구상’의 중심 지역이자 지난해 교역액이 902억 달러에 이르는 우리 경제의 핵심 파트너이다. 또 10개 회원국이 모두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를 맺고 있어 정부는 중요한 외교 협력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세안이 주축이 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참여하는 역내 유일의 안보협의 메커니즘으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외교통상부는 설명했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은 회의 준비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을 초청 대상국에 특사로 파견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 대통령은 “겸손하게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라”라고 특별히 당부했다고 한다.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할 때 자신이 타게 될 차량의 등급이 외국 정상들보다 높다는 얘기를 듣고는 똑같은 등급으로 맞추라는 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만찬 때 정상들이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각 나라의 민요나 가요를 반주로 들려주라는 지시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실질적 관계, 영원한 우정(Partnership for Real, Friendship for Good)’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리는 이번 회의는 두 개의 세션으로 진행된다. 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첫 번째 세션에선 그동안의 한-아세안 협력관계를 평가하고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에서의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주재하는 두 번째 세션에서는 금융위기와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등 범세계적 이슈에 대한 협력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상회의와 더불어 국내외 기업인 400여 명이 참석하는 최고경영자 회의(CEO Summit)도 5월 31일∼6월 1일 열린다. 국내 및 아세안 기업인 간의 실질적 교류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아세안 진출과 경제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특히 이번 행사의 장외 하이라이트는 31일 오후 8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공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전통악기 5개와 아세안 10개국의 47개 전통악기로 구성된 70여 명의 오케스트라단이 각 나라의 전통가요를 연주하게 된다. 오프닝 곡은 우리나라의 ‘쾌지나 칭칭’으로 정해졌다. 다양한 문화의 공존 속에서 상호 간의 우정과 협력을 꾀하자는 취지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공생하는 실질적 협력 관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韓-아세안 20년, FTA-다문화 동반자로

한국이 아세안과 본격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1989년 11월 부문별 대화 관계를 만들면서부터다. 지난 20년 동안 아세안은 한국의 정치적인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는 ‘FTA 동반자’로 떠올랐다.

김영채 외교통상부 동남아과장은 15일 “흔히 우리의 이웃 국가라고 하면 중국과 일본만 떠올리는 게 현실이지만 아세안은 20년간 알게 모르게 가까워진 좋은 이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간의 문화 및 인적 교류를 쌍방향으로 확대하는 정책보고서를 채택할 것”이라며 “한국 내 다문화가정의 상당수와 근로자를 배려하고 쌍방향 문화외교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교류가 한류 등 한국에서 아세안으로 향하는 일방적인 방향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소통을 통한 성숙한 단계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양측은 2005년 2월 FTA 협상을 시작해 2007년 6월 상품 협정, 이달 초 서비스 협정을 각각 발효했다. 지난달에는 투자협정까지 타결해 FTA 전 부문에서 협상을 끝냈다. 투자협정은 조만간 서명 및 국내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 발효된다.

FTA 발효를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의 상품 교역량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총교역량은 2006년 618억1000만 달러에서 2007년 718억6000만 달러, 지난해에는 902억 달러로 매년 20%가량 늘고 있다. 올 들어서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대(對)아세안 수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유럽연합(EU), 미국과 함께 4대 수출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과 싱가포르 간의 교역금액은 247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영국(78억 달러)과 프랑스(113억 달러)를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세계에 제주 알릴 기회”… 행사준비 총력

다자간 정상회의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제주가 분주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정상회의가 국제회의도시 제주의 이미지를 국내외에 널리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행사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아세안 선발대’가 13일 제주 현지를 답사하면서 회의 개최 분위기는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 측 외교통상부 준비기획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와 아세안 측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8개국 관계자 84명으로 구성된 선발대는 정상회의 장소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제주공항, 각국 대표단 숙소를 둘러보고 분야별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제주도는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다양한 행사를 통해 환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동남아연구소와 제주평화연구원 주관으로 14∼16일 중문관광단지 일대에서 ‘아세안포럼’을 열어 한-아세안 동반자 관계를 모색한다. 행사장 주변과 공항 입구에 홍보탑과 꽃탑을 설치하고 18일에는 아세안 기자단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할 예정이다.

20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상황 보고회에 이어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플라워랜드를 조성하고 평화로 세 곳에 환영 애드벌룬도 띄운다. 회의 개최 D-2일인 29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국제문화관광엑스포 개막식을 열고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창작 오페라 ‘백록담’을 공연해 환영 분위기를 띄우기로 했다.

제주도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광 환경 개선사업에 국비 285억 원, 도비 33억 원 등 318억 원을 투입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가 정상회의에서 논의되면 제주를 전 세계에 알리는 간접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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