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마잉주(馬英九·사진) 총통의 취임 1주년(20일)을 앞둔 17일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 등 대만의 주요 도시는 야당인 민진당의 반(反)마잉주 시위로 얼룩졌다. 민진당 지도부 주도로 모인 약 10만 명의 시위대는 이날 타이베이에서 대만대학, 딩하오(頂好) 광장 등 4곳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대만 롄허(聯合)보가 보도했다. 노란색 머리띠를 두른 일부 시위대는 “주권을 중국에 넘기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 장소인 총통부 건물 앞 광장을 향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대만 독립을 내세워 중국과 맞섰던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재임 때와는 달리 마 총통은 취임 이후 줄곧 중국과의 교류강화를 추진해 1949년 양안 분단 이후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8∼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63차 세계보건총회(WHA)에 대만이 옵서버로 참가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대만의 국제기구 참가를 처음 인정한 것이다. 양안 간 협력은 지난해 통상, 통항, 통신이 전면적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대삼통(大三通)’ 시대를 열었다. 또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를 창구로 지난해 6월 이후 3차례의 회담을 통해 직항로 개설과 경제협력 등 다양한 합의를 이뤄냈다.
16일에는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에서는 양안 간 첫 대규모 경제교류 마당인 해협논단이 열렸다. 중국에서는 자칭린(賈慶林) 전국정협주석과 왕이(王毅) 대만판공실 주임 등 고위관계자와 기업인 등 6500여 명이 참가했다. 왕 주임은 “해협논단의 개막은 양안 민간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샤먼에 대규모 경제개발구를 조성해 대만 자본의 투자를 적극 유치할 예정이다.
마 총통은 양안관계를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도 발전시켰지만 과거 ‘아시아의 4마리 용’ 중 하나였던 대만의 경제를 살리는 데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후반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만의 경제는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3월 대만의 실업률이 5.8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