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1년, 中과는 다가섰지만…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경제위기로 지지율 추락…10만명 反馬 가두시위

대만 마잉주(馬英九·사진) 총통의 취임 1주년(20일)을 앞둔 17일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 등 대만의 주요 도시는 야당인 민진당의 반(反)마잉주 시위로 얼룩졌다. 민진당 지도부 주도로 모인 약 10만 명의 시위대는 이날 타이베이에서 대만대학, 딩하오(頂好) 광장 등 4곳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대만 롄허(聯合)보가 보도했다. 노란색 머리띠를 두른 일부 시위대는 “주권을 중국에 넘기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 장소인 총통부 건물 앞 광장을 향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시위대 선두에서 “마 총통의 친중국 정책은 대만의 운명을 중국인의 손에 맡기는 것”이라며 “마 총통이 중국의 도움으로 1인 독재를 감행하는데 이는 대만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타이베이의 항저우(杭州)로에서 경찰차가 갑자기 시위대에 돌진해 2명이 부상하는 돌발 사건은 있었으나 심야까지 계속된 시위에서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다.

대만 독립을 내세워 중국과 맞섰던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재임 때와는 달리 마 총통은 취임 이후 줄곧 중국과의 교류강화를 추진해 1949년 양안 분단 이후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8∼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63차 세계보건총회(WHA)에 대만이 옵서버로 참가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대만의 국제기구 참가를 처음 인정한 것이다. 양안 간 협력은 지난해 통상, 통항, 통신이 전면적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대삼통(大三通)’ 시대를 열었다. 또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를 창구로 지난해 6월 이후 3차례의 회담을 통해 직항로 개설과 경제협력 등 다양한 합의를 이뤄냈다.

16일에는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에서는 양안 간 첫 대규모 경제교류 마당인 해협논단이 열렸다. 중국에서는 자칭린(賈慶林) 전국정협주석과 왕이(王毅) 대만판공실 주임 등 고위관계자와 기업인 등 6500여 명이 참가했다. 왕 주임은 “해협논단의 개막은 양안 민간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샤먼에 대규모 경제개발구를 조성해 대만 자본의 투자를 적극 유치할 예정이다.

마 총통은 양안관계를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도 발전시켰지만 과거 ‘아시아의 4마리 용’ 중 하나였던 대만의 경제를 살리는 데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후반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만의 경제는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3월 대만의 실업률이 5.8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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