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미국의 신용카드 부실이 계속 쌓이면서 카드 부실이 미국 금융시장 불안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업률이 계속 오르고 소득이 줄면서 카드 빚을 갚지 못하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신용카드 부실은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멕스는 15일 고객이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손실 처리된 금액의 비율(대손상각률·총카드 사용금액 대비)이 지난달 말 현재 10.4%(연율 기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멕스의 대손상각률은 2월과 3월엔 9%를 밑돌았다. 씨티그룹도 대손상각률이 지난달 10.22%로 3월의 9.66%에 비해 높아졌다고 밝혔다. 웰스파고 역시 지난달의 경우 3월의 9.68%보다 상승한 10.03%에 이르렀다.
JP모간체이스는 8.07%로 다른 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3월의 7.13%에 비하면 1%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디스커버파이낸셜의 대손율도 3월 7.39%에서 지난달 8.26%로 높아졌다. 카드업계의 평균 대손율은 1월 7.43%에서 2월 8.4%, 3월 8.82%로 사상 최고 행진을 계속해 왔다. 4월에는 더욱 높아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 신용평가사인 FBR의 스콧 밸런타인 애널리스트는 “통상 4월은 연체율이 낮아지는 시기인데도 이처럼 급등한 것은 앞으로도 급등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부실은 실업률 등락과 비슷한 추이를 보여 왔는데 미국 실업률이 향후 상당 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카드 부실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8.9%에 달한 실업률은 올해 10% 안팎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에 대한 미국 정부와 의회의 규제 압박도 신용카드 부실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 하원은 신용카드 이자율 인상 억제 등 카드 소비자를 보호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신용카드 소지자 권리법안’을 357 대 70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했다. 미 상원에서는 유통업체들이 자율적으로 현금 고객에게 가격할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의 리처드 더빈(일리노이),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본드 상원의원(미주리)은 최근 유통업체들이 현금이나 수표로 계산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카드 이용 고객에 비해 물건 값을 깎아주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4일 한 연설에서 신용카드 업계의 높은 수수료와 연체이자율 등을 언급하며 “의회가 신용카드 개혁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