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중국주재 신임 미국대사에 공화당 소속인 존 헌츠먼 유타주지사(49)를 지명했다.
헌츠먼 지사는 지난해 대선 때 존 매케인 후보 선거본부 공동의장을 지냈으며, 2012년 실시될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맞설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돼 왔다. 헌츠먼 지사는 "지난해 대선에서 우리를 패퇴시킨 사람으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사지명을 수락했다.
헌츠먼 지사는 모르몬교 선교사로 대만에서 활동해 중국어에 능통하며, 1999년 중국의 한 야채시장에 버려진 여자아이를 입양하는 등 중국과 인연이 깊다. 억만장자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락밴드 결성을 위해 고교를 중퇴했다. 하지만 나중에 유타대학을 거쳐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와튼스쿨)를 졸업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때 백악관 참모 보좌역으로 정계에 입문해 상무부 부차관보를 지냈다. 1992년 32세의 나이에 잠깐이나마 주 싱가포르 미국 대사를 지냈으며 2001년에는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경력도 쌓았다. 정치적으로 온건한 노선인 그는 2005년 주지사에 취임한뒤 유타 지역 경제회복에 뚜렷한 성취를 이뤘다. 건강보험 개혁, 환경 문제 등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77% 지지율로 재선됐으나 3선 금지 조항에 묶여 지금이 마지막 지사 임기였다.
그는 2012년 대선 출마를 위해 다음달 정치행동위원회를 설립하고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중 대사가 됨에 따라 외교경력을 이력서에 보태 2016년 또는 그 이후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참모들은 그동안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물망에 오르는 인사들 가운데 헌츠먼 지사를 강력한 도전자로 꼽아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 등을 주중 대사로 염두에 뒀다. 그러나 헌츠먼 지사가 2001~2002년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낼때 친분을 맺은 제프 베이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의 제안으로 헌츠먼 카드를 고려했고 지난주말 헌츠먼 지사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사 지명 수락 답변을 받았다.
미중 무역 문제, 중국 인권 문제, 북한의 핵 야욕을 포기시키기 위한 국제공조 등의 현안을 떠안게될 주중 대사에 헌츠먼 지사가 지명됐다는 소식에 마이클 그린 전 NSC 동아시아담당 국장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헌츠먼은 물렁물렁한 타입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한 포지션을 택할 것임을 보여주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무장관에 지명됐으나 자진 사퇴한 주드 그렉 상원의원을 포함해 레이 라후드 교통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 공화당 출신 인사들을 기용하거나 유임시킴으로써 초당적 국정운영 의지를 과시해왔는데 헌츠먼 대사 지명에도 그런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