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기업을 공격하는 대신 모범적인 기업을 격려하고 보상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캐롯몹(carrotmob)'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캐롯몹'은 유화적인 접근방식을 상징하는 당근(carrot)과 군중(mob)을 합한 표현. 불매운동과 시위, 소송 같은 공격적 방법 대신 좋은 기업의 물건을 몰아서 사주고 홍보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소비자 운동 참여자를 뜻한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에 따르면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친환경 편의점 앞에서 시작된 캐롯몹 운동은 현재 미국의 10개 도시와 핀란드, 프랑스 등 해외까지 확산됐다. 15일에는 수백 명의 캐롯몹 활동가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이 운동의 전략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캐롯몹 활동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인 당근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창시자인 브렌트 셜킨 씨는 "캐롯몹 활동의 장점은 적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의 작은 구매력을 모아 협동을 통한 긍정적 에너지를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로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투자에 앞장서는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캐롯몹들은 지난해 3월 매출의 22%를 친환경 조명 등 시설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K&D 마트로 몰려가 9200달러어치를 대량 구매했다.
캐롯몹들은 홈페이지(carrotmob.org)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트위터,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활동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캐롯몹 조직가인 토이 몬테그네로 씨는 "캐롯몹의 개념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65세 이상의 장년층에서 의외로 빠르고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