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 18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학자 그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루그먼 교수는 금융위기 극복 방안, 미국의 재정적자와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고 등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 해소 등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그동안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버락 오바마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에서 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는데요. 신치영 뉴욕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신 특파원 (네, 뉴욕입니다) 먼저 크루그먼 교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신치영) 네, 크루그먼 교수는 1974년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1977년 메사추세츠 공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1982년부터 1년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습니다. 예일대, MIT, UC버클리대, 스탠포드대 등에서 교수를 지내다 2000년부터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로 옮겼습니다. 2000년 1월부터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그의 통찰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에는 뉴욕타임스의 한정된 지면에 모든 것을 쓸 수 없다며 자신의 블로그를 직접 만들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박 앵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지난해 9월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양한 이슈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목을 받아왔지요.
(신) 그렇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크루그먼 교수는 월가 금융회사들의 부실 경영의 문제점과 강력한 금융규제의 필요성, 은행 건전성과 자본 확충, 은행 국유화 등의 주장을 펴 왔습니다. 미국 정부가 1조 달러의 은행 부실자산 매입 계획을 발표했을 때는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라며 차라리 은행을 국유화시켜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즉 FRB가 주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평가한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을 때는 "오바마 정부가 은행 스스로 건전성을 회복하기를 기대하면서 금융위기를 대충 지나가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은행 부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김 앵커) 크루그먼 교수는 스스로 '진보 성향의 학자'라고 평가하면서도 진보 성향의 민주당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흥미롭군요.
(신) 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월가에 대한 느슨한 금융감독, 허술한 의료보험 시스템과 사회보장제도 등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을 가했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도 그의 비판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4월6일자 표지기사에서 크루그먼 교수가 '오바마의 노벨상급 두통거리'로 떠올랐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3일 크루그먼 교수가 뉴욕에서 활동하는 일부 외신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나는 체질적으로 공화당과는 안 맞는다. 내가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잘못된 길을 들어서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더군요. 한마디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기본적으로 그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담겨 있는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박 앵커) 크루그먼 교수는 얼마전 오바마 대통령과 만찬을 같이 했다지요.
(신) 네, 지난달 27일 오바마 대통령이 크루그먼 교수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는데요. 그동안 오바마 경제팀에 비슷한 견해를 가진 참모들만 있어 건전한 비판이 오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의식한 듯,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두 학자를 초청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누리꾼들이 크루그먼 교수의 블로그에 "왜 오바마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올리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오프 더 레코드, 즉 비보도를 전제로 한 식사였다"고만 답변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