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타이베이(中華臺北), 마지막 77번째로 5분간 발언하세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의 제62차 세계보건총회(WHA) 사흘째인 20일 대만의 예진촨(葉金川) 위생서장은 참가 대표 중 마지막으로 발언대를 향했다. 대만은 18∼21일 열리는 이번 총회에서 정식 명칭인 ‘중화민국’은 쓰지 못했지만 옵서버 참가를 허락받아 38년 만에 유엔기구로 돌아왔다고 홍콩의 일간 싱다오환추(星島環球)가 20일 보도했다.
총회 개막식 직후 예 서장은 중국의 천주(陳竺) 위생부장과 만나 “대만이 총회에 참가하게 된 것은 문서로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양안의 공통된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완곡하지만 중국의 동의로 대만이 총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천 부장도 “이렇게 원만히 자리가 마련돼 기쁘다”고 말했다.
대만이 유엔 관련 기구의 모임에 참가한 것은 1971년 10월 25일 유엔총회에서 회원자격을 박탈당한 지 약 38년 만이다. WHO에서는 이듬해인 1972년 5월 10일 중국이 대만을 대신해 정식 회원국이 됐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중국의 한 개 성(省)’인 대만과 수교하는 국가와는 국교를 맺지 않고 있다. 대만이 유엔 관련 기구에 가입하거나 행사에 참가하는 것도 용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만은 그동안 체육행사 등에 ‘지역’ 이름으로 일부 참가하고 있으나 유엔과 산하기구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대만이 WHO 총회에 옵서버로 참가해 ‘상징적’이나마 유엔기구에 돌아온 것은 지난해 5월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취임한 후 줄곧 추진해 온 ‘친(親)중국’ 양안 교류 확대 정책이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대만이 그동안 유엔 복귀를 위해 인도주의적 호소가 상대적으로 강한 WHO를 집중 공략했던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대만은 WHO가 회원국에만 긴급 세계 보건방역 정보를 전파하기 때문에 중국을 경유해 통보를 받아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3년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확산될 당시에는 ‘정보 전파가 늦어 많은 피해를 봤다’며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기본적인 ‘보건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이런 활동은 전 민진당 정부에서도 계속됐지만 마 총통 취임 후 양안관계 진전에 따라 결실을 거두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