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은 중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밤이다.”
1989년 6월 3일 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무칭(穆靑) 사장은 군의 발포 소식을 보고받고 이렇게 탄식했다. 궈차오런(郭超人) 부사장도 “역사는 오늘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사의 전직 고위 간부가 톈안먼 사태의 전말을 기록한 ‘역사의 대폭발’(사진)을 홍콩에서 발간했다고 홍콩 밍(明)보가 최근 전했다. 이 책은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회고록과 마찬가지로 톈안먼 사태의 감춰진 진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신화사에서 국내 뉴스 총책임자였던 장완수(張萬舒) 당시 신문부 주임. 현장 기자로부터 실시간으로 취재 보고를 받는 자리에 있었던 장 씨는 톈안먼 사태의 시작과 확산, 군의 베이징 입성 및 유혈 진압의 전 과정을 꼼꼼히 기록했다.
당시 신화사 기자 400여 명은 대부분 학생시위대를 지지하거나 후원했다. 일부 기자는 단식하는 학생들을 격려했고 시위에도 직접 참가했다. 신화사는 당시에도 현재처럼 톈안먼 사태를 강경 진압한 리펑(李鵬) 총리가 관할하는 국무원 직속 기관이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중국 정부는 ‘계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반동시위를 비판하라’는 7개 항의 보도지침을 하달했다. 무 사장은 보도지침을 보고 이는 따르기가 너무 어렵고 현장 기자들도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은 중국 정부의 군 병력 동원과 유혈진압 과정도 자세히 담고 있다. 당시 군인들 중 일부는 진군 도중 베이징 시 외곽에서 시위대에 저지당하자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입고 톈안먼 광장까지 올 수 있었다. 또 중국적십자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 사망자가 727명이라고 덧붙였다.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사망자 및 부상자 수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