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사람 자르는 법’ 칼럼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러시아 언론에 첫 기고문

“사유 설명후 항변기회 줬다”


크렘린 궁의 최고 권력자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자를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사진)가 자국 언론에 처음으로 기고한 칼럼에서 해고 기준을 밝혀 화제다. 그의 첫 칼럼은 데뷔작이라는 화제와 함께 최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당장 주목받았다.

27일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러시아 월간지 ‘러시안 파이오니아’ 기고문에서 “팀 내 대립은 언제나 발생한다”며 “사람 간 이해관계는 언제나 충돌하기 마련이어서 갈등은 매 분 매 초 일어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내가 특정 형국에서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러시아 정부는 이미 오래전 붕괴됐을 것”이라며 권력 내 갈등을 원만히 조정해 왔음을 자찬했다. 그러나 이 말은 그가 총리 직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8년간 대통령으로서 경험한 권력 투쟁 이야기라는 점에서 당시 푸틴 총리를 중심으로 한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강경파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을 앞세운 온건파 간 권력 투쟁이 심각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어 푸틴 총리는 “외부에서 보기엔 그냥 사람을 빗자루로 쓸어내듯 해고하면 될 것 같지만 일이 항상 그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다른 사람을 뒤에서 욕해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나쁘게 말한다는 이유만으로 잘라서도 안 된다”고 했다. 험담의 경우 대개는 복잡한 정치적 갈등이 얽혀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해고당한 자리를 새로 차지하는 사람은 전임자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무능하고, 때로 전혀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푸틴 총리는 “자르려는 사람을 사무실로 불러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당신이) 해고돼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반박해 보라’며 항변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나는 과거의 소비에트 지도자들과 달리 인간적으로 해고 위기에 맞설 기회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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